□ 긍정 편향된 시장 환경
미국 경기부양책 기대와 양호했던 고용지표, 안정되는 신규 확진자, 백신 개발 등 긍정적인 기대들이 글로벌 증시를 계속해서 밀어 올리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들은 예상보다 양호했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코로나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주 후반 발표된 7월 비농업 취업자수 및 실업률은 3개월 연속 개선되면서 경제 재봉쇄 우려를 다소 덜어주었다. 파우치 소장은 백신 공급이 내년 초부터 가능할 것이라 발언하며 기대를 높였다. 백신 효능이 50%에 그칠 수 있다는 언급도 덧붙였지만, 확산세가 절반이나마 제어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 최근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 및 홍콩 국보법 관련 인사 제재 등 미중 갈등이 표면화되며 긴장 요인으로 대두되고는 있지만 아직 시장에 큰 악재로 반영되진 않고 있다.
□ 트럼프, 경기부양책 독자 추진
미국 의회의 5차 경기부양책은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다만 의회 합의가 실패할 경우 독자적인 방안을 추진하겠다던 트럼프는 지난 주말 자체 부양책을 만들어 행정명령 서명을 강행했다. 부양책 총 규모는 공화당이 주장한 약 $1조 규모로 설정되었으며, 주요 내용은 (1)연말까지 급여세 유예, (2)추가 실업수당 연장, (3)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4)체납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등이 담겼다. 논쟁의 중심이었던 실업수당의 경우에는 공화당의 200달러와 민주당의 600달러의 절충인 400달러를 책정해 12월까지 지급하되, 연방정부가 100% 부담하던 것에서 25%를 주정부가 내도록 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 부양책을 둘러싼 정치권 진통
이에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헌법상 연방예산 결정권은 의회에 있으므로 백악관의 독자적 행동 절차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동시에, 실업수당 감면 조치로 인한 취약계층의 불안 문제와 이미 재정여력이 소진된 주정부들에게 실업수당 부담을 전가하려는 조치 등에 강경한 반대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주정부들은 이미 재정지출 여력이 고갈되고 있어 추가적 지원이 없다면 주정부 차원에서는 긴축적인 재정을 시행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마주할 텐데, 그 경우에는 연방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효과를 주정부 측에서 깎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역으로 연방정부의 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주정부에게 지출 부담을 전가하고자 하고있어 이를 둘러싼 민주당과의 충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약달러 추세 지속될까?
최근 시장에서 많이 거론되는 키워드는 ‘약달러’와 ‘실질금리’, ‘나스닥과 금의 동반 강세’이다. 최근 약달러의 지속성과 확장성은 얼마나 갈지, 증시(위험자산)와 금(안전자산) 동반 랠리 배경은 무엇인지, 갑자기 ‘실질금리’는 왜 이리 자주 거론되는지 등을 둘러싼 많은 의문들이 있다. 최근 약달러의 경우, 한 가지 요인에만 기인한 현상은 아니겠으나 가장 주요한 원인은 5월 중순 EU 회복기금 논의가 본격화 되면서 시작한 유로화 랠리에 있어 보이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와 연관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본다. ‘EU 회복기금 합의’가 유럽 해체 리스크, 유럽 디스카운트 요인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요인이었음은 분명하지만 (미국보다 강한)유럽의 성장을 담보해주는 이벤트라 보긴 부족하다는 점에서 유로화의 체력, 지속성을 강하게 담보하기는 어렵다.
□ 골드와 증시, 동반 강세 이유는?
그럼에도 최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논쟁이 계속 불거지는 이유는 금 가격 랠리가 달러의 위상 저하를 의미하는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 가격 랠리 또한 달러화 자체보다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현상에 기인한 측면이 커 보인다(최근 약달러가 금 가격을 밀어 올린 측면도 있으나, 약달러 원인 중 하나로 미국의 가파른 실질금리 하락이 거론되는 만큼 근본 원인은 실질금리라는 생각).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제외한, 경제주체들이 실질적으로 마주하는 금리를 의미한다. 최근 실질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했던 것은 기대인플레가 (아마 정책 기대로) 지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명목금리는 하향 안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인플레 상승에도 불구하고 명목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현상은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을 뒷받침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즉, 낮은 실질금리는 ‘금’이라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가격 동반 강세의 연결고리이다.
□ 실질금리 하락과 연준 스탠스
이에, 향후 자산시장 전망에 있어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실질금리 방향’일 텐데, 필자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환경이 연준에 의해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디플레 리스크 제거’와 ‘정부부채 출구전략’ 과정에서 낮은 실질금리 환경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재 연준은 마이너스 정책금리 카드를 후순위로 미뤄뒀지만, 자칫 디플레 리스크가 높아진다면 금리를 더 내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을 수 있다. 즉, 디플레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이 연준의 최우선 책무라는 점에서 연준은 차라리 인플레 오버슈팅을 유도하는 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다. 인플레를 정책적으로 유도한다는 것은,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명목금리가 따라 올라가지 않게끔 아래로 잡아두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이미 거대해진, 앞으로 더 필요할 정부부채의 정상화 과정을 연준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낮은 실질금리 환경 유지’이다. 정부부채는 명목금리 대비 성장이나 물가가 더 강하게 나타날 때 관리하기 쉬워진다. 그리고 연준은 성장과 물가가 나타나더라도 명목금리가 따라서 올라가지 않게끔 잡아줄 수 있는 ‘자산매입’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다. 연준은 성장과 인플레가 오더라도 당분간 명목금리가 따라 올라가지 않게끔 방어해 낮은 실질금리 환경을 유지시킬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