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현재 미 증시에 올라탔다면 아직은 내려올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동감한다. 최근 2년 동안 미 증시를 견인하고 있는 원동력의 원천은 정책 모멘텀으로 2019년 하반기부터 RISK-ON 분위기를 가시화했던 요인은 1) 연준의 유동성 확대, 2) G2 화해모드 조성이다.
지난해 10월, 미 연준은 2020년 2/4분기까지 매월 600억 달러 규모의 단기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고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를 통한 초단기 유동성 공급 한도도 750억 달러에서 1,200억 달러로 증액하며 공격적인 대차대조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한, 새해 들어 G2 간 1단계 무역 합의가 결실을 맺게 되면서 그동안 세계경제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다소 누그러지고, 2019년 이전으로 세계 무역량의 개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긍정적이다.
미국 증시는 지난해 10월 이후 3대 지수가 동시에 역사적 신고가를 갱신하는 전형적인 강세장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 업종별 성과를 살펴보면 대부분 업종이 S&P500지수와 유사한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① 3차 관세(1,600억 달러) 부과 불확실성이 해소된 IT가 가장 크게 상승했고, ②기업 크레딧 리스크 축소로 재무 안정성 개선이 예상되는 금융, ③높은 이익 안정성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할인을 받아 온 헬스케어 업종이 강세를 나타냈다.
정책과 유동성 환경은 우호적,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증시를 둘러싼 정책과 유동성 환경은 우호적일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10월 이후 진행된 진행된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 또한 높아진 상황이다. S&P500의 12개월 선행 PE는 18.3배로 최근 5년 최고 수준(2017년 말)인 18.6배와 최근 5년간의 +2δ인 18.4배에 근접했다.
추가 밸류에이션 확장 요인(추가 금리 인하, 경기 턴어라운드 등)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S&P500의 상승 탄력은 둔화될 것이다. 필자는 1/4분기 S&P500의 추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상반기를 놓고 본다면 1/4분기를 통해 지난해 상승분에 더해 올해 1월 중순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가 상승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을 해소하는 국면을 거친 후, 2/4분기부터는 다시 정책(1. 유동성 기대를 높이는 연준 통화정책: 2/4분기 금리 인하, 2.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감세정책 추가 도입 가능성, 3. 미 행정부의 대 중국태도 완급조절 지속) 모멘텀 재개를 바탕으로 상승하는 국면이 예상된다.
결국 현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1/4분기 동안 미국 증시는 지수보다는 섹터 선택이 중요해질 시점이다. 특히 1/4분기 동안 IT 업종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이다. IT 업종은 차별화된 이익 개선으로 지난해 4/4분기 미국 증시 강세를 이끌어왔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장 큰 업종이기도 하다.
IT 업종의 12개월 선행 PE는 최근 5년간 +2δ를 상회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볼 때 IT 업종 내에서 IT 하드웨어나 반도체보다 소프트웨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경기와 민감한 시클리컬 업종에 대한 접근에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 유동성 확대에도 기업 투자가 제한되고 있고 소폭의 관세율 인하만으로 단기간에 기업이익이나 글로벌 교역이 개선세로 전환되기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 업종은 S&P500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현 주식시장에서 IT의 대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볼커룰 완화, 높은 배당과 Buyback, 장단기 금리차 확대에 따른 이익 개선 등이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다. 총수익 대비 비이자 수익 비중이 높은 JP모건체이스를 주목한다.
미중 무역 관련 1단계 합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철도운송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농산물(향후 에너지)을 중심으로 한 대중 수출 증가로 미국 내 물동량이 증가할 것이며, 대중 관세 인하로 미국 소비자들의 택배 수요 성장도 지속될 것이다. 최근 컨테이너 운임 개선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운송주 중에서 농산물과 에너지 수송 비중이 높은 유니온퍼시픽의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된다.
헬스케어 업종은 의료보험과 약가 인하 우려로 주가 상승이 제한되었지만 이익 성장이 지속되며 성장주 내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 특히, 헬스케어 장비와 민간 의료보험은 선거 이슈와 무관하고 의료기기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장기 고성장이 예상되어 현재의 헬스케어 투자 심리 위축이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체외 진단과 심장학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애보트 레버러토리를 선호한다.
결론적으로 미 증시 투자는 여전히 합리적 이득을 취할 시기라는 점에서 올라탄 말에서 내려올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1/4분기 미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될지라도 역시 버틸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승분에 대한 부담을 다소 낮추고, 도래하는 2/4분기 한 발 더 내 딛기 위한 시기가 1/4분기라고 판단하고, 지수보다는 섹터 선택(금융, 운송, 헬스케어 장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