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울 만큼 안정적인 채권형 ETF, 수익률 높고 보수율도 최저 수준
10월 이후 자산 시장의 리스크 선호심리가 확대되면서 금리와 증시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역상관 관계이기 때문에 최근의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확연히 위험자산을 선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자료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선 채권형 펀드에 대한 자산 유입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년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 대한 자산 순유입 규모는 4,378억 달러이다. 금리가 상승으로 돌아섰던 9월 이후만 따져도 813억 달러가 신규 유입되었다. 채권시장의 최근 부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채권 가격의 상승을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ETF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금년 들어 11월 초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채권형 ETF에 순유입된 자산규모는 1,292억 달러이다. 연말이 되기도 전에 이미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 버렸다. 참고로 2016년, 2017년, 2018년의 채권형 ETF 자산 유입 규모는 각각 927억 달러, 1,258억 달러, 987억 달러였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금년 채권형 ETF에 대한 자산 유입 규모가 주식형 ETF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운용규모(AUM) 측면에서 주식형 ETF가 미국 ETF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수치이다.
더군다나 올해 미국 증시가 역사적 최고점을 연일 경신하며 급등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채권형 ETF의 인기는 의아할 정도이다. 비유하자면 라이트급 복서가 헤비급 복서와의 시합에서 이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이다. 금년 주식형 ETF에 대한 자산 유입 규모는 현재까지 1,096억 달러이다.
채권형 ETF 중에서도 가장 많은 투자자들이 신규 유입된 종목은 Vanguard Total International Bond ETF (BNDX)이다. BNDX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 글로벌 주요국들의 국채 및 투자적격 등급 채권 5,889종에 투자하는 ETF이다. 해당 국가들의 통화는 모두 환헤지함으로써 달러 변동에만 영향을 받는다.
BNDX의 금년 누적 수익률은 9.74%이며 최근 3년 평균수익률은 6.59%이다. 약 2% 내외의 쿠폰 수익을 감안하면 최근 수년 동안 연 7~8% 수익을 꾸준히 얻어온 종목이다.
BNDX의 진가는 수익성보다는 매우 낮은 변동성에서 찾을 수 있다. BNDX의 최근 3년 평균 변동성은 0.59%이다. 미국 증시 S&P 500의 같은 기간 변동성이 12.5%라는 점을 상기하면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변동성이라고 할 수 있다.
변동성이 낮다는 것은 ETF 가격 등락이 안정적이라는 의미이다. 어지간해서는 큰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참조해야 할 지표이다. 금년 BNDX에 유입된 자산규모는 100억 달러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전체 ETF 2,400개 중 4위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BNDX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자산이 순유입된 종목은 Vanguard Total Bond Market ETF (BND)이다. BND에는 11월 초까지 78억 달러가 순유입되었다.
BND는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 BNDX의 형제 ETF라 할 수 있다. BNDX와 마찬가지로 투자적격 등급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차이가 있다면 BNDX는 글로벌 채권에, BND는 주로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ETF이다. BND의 자산구성은 미 국채부터 MBS, 회사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섹터를 포함하고 있다. 국채 비중은 42.8%이며 MBS와 회사채 비중은 각각 22.1%, 27% 내외이다.
BND의 올해 수익률은 매우 뛰어나다. 연간 누적 12.8%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미국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이다. 최근 3년을 살펴보면 연평균 수익률은 5.9%이고 평균 배당수익률은 2.5%이다.
BND 역시 BNDX와 마찬가지로 변동성이 매우 낮은 종목이지만 또 하나의 강점이라면 보수율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BND의 연간 보수율은 0.04%에 불과해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운용보수는 불과 4달러만 발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