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Exchange Traded Fund)를 우리말로 표현하면 상장지수펀드이다. 말 그대로 증시에 상장되어 매매되는 인덱스(주가지수)펀드인 것이다. 그래서 뮤추얼펀드는 액티브, ETF는 패시브 전략을 각각 대표하는 펀드로 불린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뮤추얼펀드 중에도 일부 인덱스펀드가 있는 것처럼 ETF 중에도 액티브펀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패시브펀드는 기초지수를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펀드이며 액티브펀드는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수시로 편입종목을 교체하는 펀드이다.
ETF의 투명성, PDF 공개 규정
사실 생각해보면 ETF라고 반드시 패시브 전략으로 운용될 필요는 없다. ETF의 순자산가치를 실시간으로 계산하여 LP에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시장가격은 적정하게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ETF는 패시브를 대표하는 펀드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ETF의 투명성 규제에 있다. ETF는 매일 장이 마감되면 PDF(Portfolio Deposit File, 자산구성내역)를 공개하도록 금융당국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즉, 해당 ETF에 어떤 종목이 몇 %의 비중으로 편입되어 있는지 매일매일 공개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세계의 모든 ETF시장이 마찬가지다. 뮤추얼펀드가 분기에 한 번씩만 자산구성내역을 공개하는 것과는 큰 차이이다. ETF가 뮤추얼펀드 대비 강점으로 내세우는 투명성이 바로 이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차이 때문에 ETF에서 액티브 전략이 발전하지 못한 것도 또한 사실이다. 펀드매니저들은 펀드 내의 구성종목에 변화를 줄 때 하루 만에 끝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기존 종목을 매도하건, 새로운 종목을 매수하건 며칠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왜냐하면 해당 종목의 급격한 매매를 통해서 가격에 충격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ETF의 경우 매일 PDF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액티브 ETF가 종목 교체에 들어가면 금세 시장에 이 사실이 알려져 버리게 된다. 이때 다른 투자자들이 해당 ETF의 전략을 눈치채고 선행매매에 나서게 될 것이고 액티브 ETF는 애초 계획보다 비싼 가격에 매수하거나 싼 가격에 매도하는 불이익을 받게 될 우려가 크다. 이러한 불리함을 딛고 굳이 액티브 전략으로 운용할 필요가 없기에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액티브형 ETF는 흔치 않다. 그나마 존재하는 액티브 ETF도 채권형에 집중되어 있다.
PDF를 매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ETF
하지만 ETF 시장의 이러한 환경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년 4월 미국의 ETF 전문 운용사 프레시디언(Precidian)이 미 증권선물거래소(SEC)에 PDF를 매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ETF의 허용을 요청했고 SEC는 고심 끝에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프레시디언은 ActiveShares라는 브랜드명으로 ETF를 조만간 상장할 예정이며 이 ActiveShares ETF는 구성내역은 비공개하고 다만 순자산가치(NAV)만 실시간으로 공개함으로써 시장에서 적정가격에 매매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증시에 상장된 뮤추얼펀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형태의 액티브 ETF가 시장에서 호응을 얻는다면 급격하게 뮤추얼펀드 산업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뮤추얼펀드와 똑같은 구조의 펀드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액티브 ETF의 수익률은?
다만 액티브 ETF가 기존 패시브 ETF 대비 더 우수한 수익률을 보일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시장을 이기고 알파를 획득한다는 것은 모든 펀드매니저들의 로망이지만 과거 수 십년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특히 최근 10여년은 패시브 전략이 액티브 대비 일방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주요 액티브형 ETF를 살펴보면 채권형을 제외하고 가장 규모가 큰 First Trust North American Energy Infrastructure Fund (EMLP)의 경우 금년 누적 14.1%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난다. 적지 않은 수익률이지만 S&P 500지수가 18% 넘게 상승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다소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EMLP의 수익률은 액티브 ETF 중에서는 우수한 편에 속한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ARK Innovation ETF (ARKK)의 금년 수익률은 4.7%에 불과하다. ARKK를 포함해 많은 액티브 ETF들의 금년 수익률은 3~4%대에 머물고 있으며 InfraCap MLP ETF (AMZA), First Trust RiverFront Dynamic Developed International (RFDI), Davis Select Worldwide ETF (DWLD) 등의 종목은 아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수년 동안의 액티브 전략의 부진이 금년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SEC가 ETF의 PDF 공개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한 만큼 향후 액티브 ETF 시장은 분명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다만 다양한 형태로 다가올 액티브 ETF들이 양호한 수익성을 지속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여부는 조금 더 신중하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