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7월 말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고 현재 2.00~2.25%인 연방기금금리가 다시 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 주도의 환율전쟁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다.
미국 경제, 골디락스 경제
현재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는 ‘골디락스’이다. 경기순환 측면에서 미국 경제가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올해 7월까지 121개월 확장 국면을 이어왔는데, 이는 1854년 이후 경기순환 역사상 가장 긴 것이다. 2017년 4분기부터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웃도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고용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2008.2~2010.2)에 비농업부문에서 일자리가 871만 개 줄었으나, 2010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그보다 2.5배나 많은 2,172만 개나 늘었다. 위기 때 10%까지 올라갔던 실업률도 올해 3월에는 3.6%(7월 3.7%)까지 떨어져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7%에 그쳐,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경제 각 부문에서 경기 정점 근접 신호 나타나
그런데도 연준이 금리를 내린 이유는 경제 각 부문에서 경기가 정점에 다가가는 신호가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가 2.9% 성장한데 이어 올해 경제성장률도 2.5% 정도로 전망되는데, 이는 미 의회 예산국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 2.2%를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수요 측면에서 GDP 부문별로 보면 소비 주도의 일방적 성장이다. 건설투자 중심으로 고정투자는 위축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수출이 5.2%나 줄었다. 최근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던 주가가 떨어지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
각종 경기 선행지표도 경기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작성하는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10월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민간단체인 컨퍼런스보드의 선행지수도 6월에는 감소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장단기 금리 차이의 역전이 다가올 경기 수축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년 수익률보다 낮아지기 시작했고, 올해 6월 이후에는 대표적 장기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단기금리(3개월 국채 수익률) 이하로 떨어졌다. 채권시장은 갈수록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8월에서 2007년 5월 사이에 장단기 금리 차이가 역전된 후 2007년 12월에 경기가 정점을 기록했는데, 그와 유사한 모습이 조만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2008년 12월에서 2015년까지 11월까지 연방기금금리를 0.00~0.25%로 유지했는데, 내년에 그와 유사한 상황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여 8월 5일에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71%까지 떨어져, 2016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은 올해 남은 3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한 2번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금리 인하 후 국채 수익률은 경기 수축을 반영하면서 2016년 6월에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1.36%)를 향해 갈 가능성이 높다. 독일 경제가 제조업 중심으로 크게 위축되면서 최근 10년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0.52%로 역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미국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리 하락을 기대하면서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지난 7월에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내가 분석해보면 주가(S&P 500)가 산업 생산, 소매판매,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에 비해 20% 정도 앞서가고 있다. 1965년 이후 경기 순환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주가 정점이 경기 정점에 2~11개월 선행했고, 경기 정점 이후 주가가 평균 11개월에 걸쳐 23%나 하락했다. 바로 직전 경기 정점은 2007년 12월이었고, 그 후 주가가 17개월에 걸쳐 49%나 폭락한 경험이 있었다. 미국 가계가 금융자산의 36%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은 소비 감소를 통해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에 미국 정부는 달러 약세 정책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 정책당국은 다시 재정 및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것이나, 정책 여지가 크지 않다. 연방정부의 부채가 GDP의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정부 지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트럼프의 적은 의회이다.’라는 말처럼, 높은 정부 부채 때문에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재정지출을 억제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에는 정책금리를 5.25%에서 0%로 내렸는데, 이번에는 그만큼 내릴 여지가 없고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수요를 부양할 수 있는 방법이 수출을 늘리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은 8월 6일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와 더불어 금리 인하 등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환율전쟁이 일본에서 유럽존까지 확산됐는데, 다시 환율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에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한국 GDP가 잠재수준을 밑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상반기에 0.6%에 그쳐 통화정책 목표치(2%)를 훨씬 하회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자금 유출 문제가 완화되고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생겼다. 미국 정부가 대외 부문에서 수요를 부양하기 위해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하면 우리 경제 상황에 관계없이 원화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도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