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원유 제재로 트럼프와 러시아 사이에 묶인 사우디

입력: 2019- 04- 25- AM 10:24

(2019년 4월 24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때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 감산을 원한다면 러시아와, 증산을 선택한다면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꿈같은 상황은 길게 이어질 수 없으며, 두 국가가 더는 인내심을 보이지 못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계획을 뒤집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기 전까지만 유지될 것이라고 말한다.

러시아는 약 5개월 동안 미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써 OPEC의 감산에 협력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우방 자리를 지켜왔다.

OPEC 회담에서는 양국의 에너지 장관 알렉산더 노박과 칼리드 알파리가 자리를 함께하고, 국제 포럼들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하메드 빈 살만(Mohamed bin Salman) 왕세자를 반기는 등, 두 거대 산유국은 원유시장에 2018년 가격 붕괴 이전 수준까지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행동이든 취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이에 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행한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다. 양국은 상당한 시일에 걸쳐 중동지역에서 외교적 동맹을 유지했고, 대통령 일가와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사이의 관계 또한 원만한 편이다. 하지만 작년, 이란산 원유에 대한 1차 제재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속여넘겨 시장 붕괴를 유도한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은 점점 더 악당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이 이번 주,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전면적으로 제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양국의 관계가 표면적으로나마 원상태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대미 관계 회복, 러시아와의 협력에 지장

WTI 일간 차트 - 트레이딩뷰 제공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원상 복귀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의 관계는 한층 복잡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5개월 동안, 심지어는 WTI 원유가 40% 이상 상승한 이후로도 러시아에 감산을 강요해왔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 칼리드 알파리는 이번 주, 미국의 이란산 원유 제재 예외권이 만료된 뒤로도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공약에도 불구하고 OPEC의 산유량은 엄격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과잉 징조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순간, 12월부터 유가를 밀어올렸던 헤지펀드들이 그와 맞먹는 빠른 움직임으로 유가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저유가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실제로 따르지는 않으면서 따르는 것처럼 움직이는 동시에 러시아가 최대한 오랫동안 감산을 유지하도록 설득한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중 전략은 길게 유지되기 어렵다. 러시아 투자공사의 총대표 키릴 드미트리예프(Kirill Dmitriev)와 석유 대기업 로즈네프트(Rosneft)의 CEO 이고르 세친(Igor Sechin)은 최근 몇 달 사이 푸틴 대통령에게 감산 조치로 인해 미국 원유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건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산유량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 예산을 위해 배럴당 $75, 이상적으로는 $85에 가까운 유가가 필요한 와중 러시아는 그 반 정도 수준의 유가로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다.

러시아, 사우디보다 빠른 증산 원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붙이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에 따르는 - 내지는 그렇게 보이게 움직이는 - 상황으로 돌아온 지금, OPEC의 계획에서 러시아가 어떤 입장에 서 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정도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아량을 보일 수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장에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해야 한다는 압박이 클 것이다.

앞으로 몇 주에서 몇 달 사이 OPEC의 소위 생산량 증가로 유의미한 유가 하락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인내심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로화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포함한 OPEC+ 국가들이 빠르게 감산을 뒤집고 이란과 베네수엘라, 리비아에서 발생하는 원유의 공백을 채워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을 위해 연료 가격을 낮추기를 원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황이 그의 바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처럼 창의적이 방식으로 원유 반등을 뒤흔들기 위해 움직이며 사우디아라비아에 난관을 안겨줄 것이다.

스위스의 원유 자문회사 페트로매트릭스(Petromatrix)는 화요일 기고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 내의 주동자 아랍에미리트가 공급 관리보다 정치를 우선시했다고 시사했다.

사우디, 둘 다 가질 수는 없어

페트로매트릭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노골적으로 미국과 협력해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로화하기 위해 나섰다는 사실은 OPEC+의 조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며, 원유 공급이 무한경쟁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을 높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 동맹을 맺는 동시에 미국과 함께 산유량을 증가시킨다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양쪽 모두를 쫓을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기 더해 갈수록 매파적인 태도를 보이는 OPEC의 손아귀에 휘둘리는 상황에 대해 불만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문제도 있다.

작년 이란산 원유 제재 예외권을 발급받은 8개 국가 중 가장 중요성이 큰 것은 중국으로, 현재 일일 백만 배럴 가량으로 추정되는 이란 원유 수출량 중 절반 가량을 사들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무역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중국 내 연료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진행하기에 지금보다 나쁜 시기는 없을 것이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주, "중국은 꾸준히 미국의 일반적인 제재에 반대한다,"고 발언하며 이란산 원유 제재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페트로매트릭스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 제로화 희망과는 별개로, 이란의 연간 원유 수출량은 일일 700,000 배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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