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아무런 완충 장치 없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유럽을 향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수출품 관세가 확 오르고 유럽의 수입 수요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노딜 브렉시트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우선 영국에 수출하는 품목에 대한 관세가 뛴다. 일례로 현재 자동차는 한·EU FTA에 따라 관세가 0%이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10%가 된다. 작년 1~11월 영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13억3000만달러어치로 전체 영국 수출의 24.4%를 차지했다. 당초 영국과 EU가 합의했던 ‘질서 있는 브렉시트’가 진행될 경우 영국은 2020년 말까지 EU 관세동맹에 머무를 수 있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완충 장치 없이 한 번에 관세가 올라 대(對)영국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EU에 대한 수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노딜 브렉시트 때 EU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5~1.6%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경제 여건 변화가 유로화 약세, 소비 심리 위축, 수입 수요 감소 등 다양한 부작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017년 기준 한국 수출의 9.4%를 차지한 대(對)EU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자 16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부처들은 수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한·영 FTA 체결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산업부는 우선 오는 30~31일 영국 런던에서 국장급 무역작업반을 열어 FTA 체결 방안을 논의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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