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밑에 있다”는 29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뉴욕 금융시장도 헤깔리는데요. 29일 급등했던 증시는 30일(현지시간) 내림세로 출발해 오락가락하다가 다우가 0.11% 떨어지는 등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하루만에 ‘파월 약발’이 사라진 겁니다.
하지만 어제 덤덤했던 뉴욕 채권시장은 이날 화끈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책금리 인상이 중단된다고 믿는다면 국채 금리도 내려야합니다. 어제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내렸지만, 10년물 국채 금리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었는데요. 오늘은 10년물도 장 시작과 함께 급락해 장중 한 때 3% 밑을 깨고 내려가기도했습니다. 그러다 전날보다 1.1bp 내린 3.033%로 마감됐습니다.
증시와 채권 시장 반응이 이틀째 엇갈린 겁니다. 워낙 파월 발언에 대한 해석이 헤깔리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카고의 Fed워치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을 보면 어제부터 올 12월 1회, 내년 1회 수준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이날 파월 발언에 대한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며 내년 4회 추가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선 시장이 헤깔려하는 게 ‘파월 의장이 이제 초보 의장티를 벗고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도 봅니다. 원래 Fed 의장이 뭔가 뚜렷한 사인을 줄 경우 시장이 한쪽으로 쏠려 파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전임인 재닛 옐런 의장도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에 양적완화 종료 이후 6개월 정도 뒤에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너무 구체적으로 언급해 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지요.
옐런 전 의장도 이후 연설을 통해 사태를 겨우 수습했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시각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까분다", "임명한 뒤 하나도 행복하지 않다" 고 자신을 계속 때려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리한 복수’라는 겁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파월 의장의 말은 향후 미 경기 둔화와 증시 하락에 대한 책임을 영리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뉴욕 증시의 최대 걱정꺼리는 금리 상승과 무역전쟁입니다. 파월은 이번 발언으로 자신의 몫인 금리에 대한 우려를 일단 덜어줬습니다.
이제 공은 1일 미중 무역담판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갔습니다. 시장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최소 ‘프레임워크 합의’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역전쟁을 임시로라도 일단 봉합하지않으면 미 증시와 경기에 찬 물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오롯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몰릴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지거나 증시가 폭락하면 파월 의장과 Fed을 단골로 삼아 비난해왔습니다. 편리한 희생양이었죠.
하지만 파월 의장이 공격적 금리 인상 기조에서 한 발 뺀 만큼(정말 뺀 건지는 애매하지만) 예전처럼 파월을 비난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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