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62건 대 독일 1만7645건.’
각국 정부는 기업인들이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다. 이를 활용한 기업은 한국은 연평균 62개(2011~2015년) 정도다. 독일은 한국의 280배나 된다. 그만큼 한국은 가업을 상속하기 어려운 구조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홍보실장(사진)은 최근 업력 30년 이상 130개 장수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적 자본이 장수기업 승계 프로세스 만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는 상속공제 활용 기업 수 외에 참고할 만한 몇 가지가 눈에 띈다. 추 실장은 중앙회 홍보실 비서실 기획실 등을 거친 중소기업 전문가다.
상속공제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 까다로운 요건이 꼽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수 100%(중견기업 120%) 이상, 10년간 주된 업종 및 상속지분 100%를 유지하지 않으면 공제받은 세금을 다시 내놔야 한다. 이 가운데 상속 후 10년간 주력업종을 유지하는 항목은 치명적이다. 추 실장은 “표준산업분류 세분류 내에서만 업종변경이 가능해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중분류 내에서 가능하게만 해줘도 기업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에서 조사한 130개 장수기업의 대표자 평균 연령은 63세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 중소기업 1세대로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추 실장은 “상속세율 인하, 고용조건 완화 등 제도를 정비해야 중소기업이 세대를 뛰어넘어 명문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에서는 또 경영자와 후계자 사이의 승계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핵심가치에 대한 공감대, 소통, 네트워크, 신뢰 지속성 등 네 가지를 ‘사회적 자본’으로 규정했다. 추 실장은 “기존 경영자와 후계자 사이의 소통 등은 승계 과정에 긍정적이지만 지나치면 후계자에게 참견으로 인식돼 승계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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