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공포가 글로벌 금융 시장을 강타했다. 회복세를 보여온 주요국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9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21.95% 뛰어 22.50으로 마감했다. 지난 5월 13일(23.1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대표 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2.04% 밀렸다.
영국 런던의 FTSE100은 2.34%, 프랑스 파리의 CAC40은 2.54%,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30 지수는 2.62% 각각 떨어졌다. 유럽의 주요 지수가 동시에 2% 넘게 떨어진 것은 약 9개월 만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 국채 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벤치마크로 활용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19%로, 전날 대비 0.12%포인트나 뒷걸음질쳤다. 팬데믹 여파가 컸던 작년 4월 15일(0.13%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2월 11일 이후 5개월여 만에 다시 연 1.1%대로 진입했다. 7년짜리 국채 금리 역시 지난 2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연 1% 밑으로 내려갔다. 전날 대비 0.11%포인트 하락한 연 0.97%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인 주식을 팔고 채권을 대거 사들인 데다 경기 둔화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뉴욕 증시와 동조 현상을 보여온 암호화폐 가치도 급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개당 3만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24시간 전과 비교하면 6% 넘게 떨어진 수치다.
그동안 고공행진을 해오던 국제 유가도 곤두박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7.5% 떨어진 배럴당 66.42달러로 장을 마쳤다. 장중 8% 넘게 빠지기도 했다. WTI 가격이 한 달여 만에 다시 70달러 밑으로 밀린 것이다. 작년 9월 8일(7.6%)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률로 기록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다음달부터 대규모 감산 완화에 나서기로 한 상황에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게 배경으로 지목됐다. 피에라캐피털의 캔디스 뱅선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델타 변이가 더 퍼지면 각국 경제 회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가 확산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9개월 만에 1150원 선을 넘어섰다.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가 부각된 결과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2원6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달러당 1150원40전에 마감했다. 작년 10월 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김익환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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