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보다 고객이 갈망하는 제품을 만들겠다.”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 집무실에 적혀 있는 문구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에 집착하는 것보다 기존 제품에 가치를 더해 시장을 만들겠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강 회장의 철학이 100% 녹아 있는 제품이 지난 11월 공개된 오텍의 ‘이동형 음압 병동’(사진)이다.
이동형 음압 병동 개발은 2년 전 강 회장 지시로 시작됐다. 그는 감염병 유행 가능성은 커지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음압 병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동형 병동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장차(특수장비를 장착한 차량) 사업으로 출발한 오텍은 2016년 ‘음압 구급차’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 소방서, 보건소 등에 200여 대를 납품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계열사 캐리어에어컨의 첨단 공조 기술을 접목해 이동형 음압 병동 개발에 나섰다.
이동형 음압 병동은 컨테이너 안의 공기를 대기압보다 크게 낮춰 내부 공기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성능이다. 각종 의료장비, 환자 관찰 카메라 등을 포함한 간호 통합 스테이션도 장착하고 있다.
오텍은 지난 18일 이동형 음압 병동 48개를 서울특별시립서북병원에 납품했다. 음압 병동 공식 출시(11월 18일) 후 한 달 만에 이룬 성과다. 최근엔 CNN(미국), FRANCE24(프랑스) 등이 이 회사의 이동형 음압 병동을 취재해 현지에 소개했다.
오텍은 복수의 해외 업체와 음압 병동, 구급차 등을 수출하는 계약을 논의 중이다. 오텍 관계자는 “음압 구급차·병동·들것 등 ‘음압 솔루션’을 수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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