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화 GS건설 건축주택부문 대표(앞줄 가운데)와 직원들/사진=GS건설
GS건설이 유튜브 ‘자이TV’를 앞세워 건설업계 ‘온택트(ontact·온라인 대면)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연결(on)’을 더한 개념이다.
자이TV는 건설업계 최초로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해 지난해 5월 실버버튼을 받았다. 6개월 후 구독자가 20만명을 넘어섰고 최근 28만명까지 불어났다. 누적조회수는 1546만회를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보수적인 분위기의 건설업계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건설사 마케팅의 새로운 롤모델이란 평가도 나온다.
상황 1 “유튜브, 하긴 해야 하는데”
도전 1 업계 최초 라이브 방송GS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2002년 론칭했다. 당시 배우 이영애를 모델로 기용해 최고 브랜드로 성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톱모델을 통한 브랜드 홍보는 건설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자이는 계속해서 최고 아파트 브랜드의 지위를 유지했다.
변화는 유튜브 열풍이 몰고 왔다. GS건설 내부에서 “우리도 유튜브 해야 하는데”라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그러자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유튜브를 하게 되면 회사와 브랜드에 대한 악의적 댓글 등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논의 끝에 2019년 자이TV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정명기 GS건설 건축주택마케팅담당은 “그 때까지는 다른 유튜브 채널들처럼 먹고, 노는 것 위주의 콘텐츠를 올리고 있었다”며 “건설사와 관련이 없는 콘텐츠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로 승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고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건설사답게 아파트와 부동산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자이TV에서 ‘과천제이드자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건설업계 최초였다.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열고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고객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했다.
지난해 9월엔 역시 건설업계 최초로 온택트 라이브 강연을 선보였다. ‘차이나는 클래스-부동산 세금 파헤치기’라는 강연에 70명의 고객들이 줌을 통해 질문을 할 수 있게 했다. 강사가 이 질문에 실시간으로 응답하면서 쌍방향 소통이 가능했다.
상황 2 “무슨 콘텐츠를 만들까”
도전 2 “고객이 알고 싶은 걸 만들자”자이TV는 개인 채널이 아닌 기업의 브랜드 채널이다. 유튜브 구독자들이 ‘기업 브랜드 채널=홍보성 콘텐츠’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구독자 확보가 쉽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자이TV는 ‘고객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고객이 알고 싶은 걸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올해 초 자이TV의 대표 콘텐츠인 ‘부동산 왓수다’를 통해 선보인 ‘2021년 부동산 시장 전망’이 대표적이다.
고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을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뒤 학계, 현장, 증권사, 건설사 등 여러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부동산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해 큰 인기를 끌었다.
유명인에 의존하기 보다 GS건설 직원들의 출연 비중이 높다는 점도 자이TV의 강점이다. 특히 분양소장이 출연하는 콘텐츠에 구독자들이 큰 호응을 보였다.
건설사 분양소장은 해당 아파트 단지의 홍보, 마케팅, 판매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 지역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시공팀에 커뮤니티 시설을 제안하기도 한다.
정명기 담당은 “분양소장이 분양 현장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며 “분양소장이 해당 현장의 장점이나, 청약 시 주의점, 사업지의 가치 등을 설명함으로써 고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 담당은 “특별공급 청약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사람이 10~30%에 달하는데 이 중 많은 사람이 잘 모르거나 실수로 부적격이 된다”며 “분양소장이 알려주는 특별공급 청약 방법이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상황 3 아파트 서비스 경쟁 치열
도전 3 ‘자이안 비’ 브랜드 론칭아파트 분양 마케팅에서 한동안 커뮤니티 시설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했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입주민 전용 식당, 게스트하우스, 골프 연습장, 수영장 등 온갖 시설을 포함시키는 경쟁을 벌였다.
이제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들엔 웬만한 시설을 다 갖추고 있다. GS건설은 시설 경쟁은 끝났고 ‘서비스 경쟁’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커뮤니티 통합 서비스 브랜드 ‘자이안 비(XIAN vie)’를 론칭했다. 자이안 비는 ‘자이에 사는 사람들의 특별한 삶’을 의미한다.
자이 고객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세탁, 청소, 식사, 세차, 카쉐어링, 피트니스, 스크린 골프, 영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자이 통합앱’을 통해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정명기 담당은 “어떻게 해야 고객이 편리할까를 고민한 결과가 자이안 비”라며 “이제 고객은 자이 통합앱을 통해 청약, 분양계약, 공사현장 확인 같은 입주 전 단계부터 입주 후 자이안 비 이용까지 모든 걸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GS건설 마케터들은 아파트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브랜드 신뢰’를 꼽는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 마케팅의 책임자인 분양소장이 자신이 분양한 아파트에 실제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마케팅 30년 경력의 정명기 담당은 부산 해운대 등 총 7개 아파트에 살았다. 지금은 역시 자신이 분양소장을 맡았던 일산자이에 거주한다.
정 담당은 “내가 판매한 상품에 자신이 있어야 나도 그 상품을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다른 상품에 비해 고가인 아파트에서도 이런 이치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지역에서 다른 건설사와 비슷한 시기에 분양할 경우 청약 경쟁률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때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다”며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고객들 사이에 자리잡아야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현재 40대 이상의 소비자들은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s)’이다. 그들은 어렸을 때 아날로그 시대에 살았다. 90년대 대학생들만 해도 전화를 하기 위해 공강 시간에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이 등장했고, 삐삐, PCS, 핸드폰, PDA, 스마트폰 등이 등장하면서 점차 디지털 시대로 이주해왔다.
반대로 처음부터 디지털 시대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MZ세대, 20~30대 이하의 소비자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접했고 모바일 기기를 다루는데도 매우 익숙하다. 마치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는 네이티브처럼,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가장 큰 특징은 ‘편의성(Convenience)’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는데 익숙하다. 이들에게 시간적 제약이란 매우 불편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는 일주일 내내, 24시간 내내 접근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들은 동영상을 보는 것에도 익숙하기 때문에 웬만한 정보는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신제품을 구매했을 때 디지털 이주민은 제품 설명서부터 찾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는 유튜브에서 제품 사용 동영상을 검색한다.
바로 이러한 시대적 변화로 인해 유튜브(YouTube)는 이제 마케터라면 누구나 활용해야 하는 필수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었다. GS건설의 ‘자이TV’ 역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유튜브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더군다나 자이와 같은 아파트 브랜드는 매우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선 아파트는 매우 비싼 고관여 제품으로 구매자 입장에서 지각된 위험이 높다. 쉽게 반품할 수 있는 제품도 아니기 때문에 구매후부조화도 크다. 또한, 아파트는 구매 전 구체적 속성이 탐색 가능한 탐색재이면서도, 직접 살아봐야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경험재이기도 하고, 마치 금융상품과 같이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있기 때문에 구매 후에도 여전히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신뢰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부동산은 매우 비싸고 복잡한 상품이어서 구입하기 전 특별히 많은 정보와 경험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부동산의 특성 상 모든 정보를 직접 찾기에는 매우 큰 시간과 노력의 비용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자이TV는 바로 이러한 소비자의 문제를 발빠르게, 편리하게 해결해주고 시대적 변화에도 대응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다만 유튜브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소비자에게 일관성 있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누가, 어디서, 무슨 정보를 전달했는지 구분하지 않는다. 자칫 마케터가 너무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만 집중할 경우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유튜브 마케터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전략 하에서 마케팅 콘텐츠와 메시지를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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