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서울 가로수길에서 시작한 리빙 편집숍 챕터원은 후발주자다. 이노메싸 루밍 등 다른 편집숍들이 헤이(HAY) 같은 북유럽 가구를 들여와 인기를 끌 때 매장을 열었다. 5년이 지나자 챕터원은 인테리어 트렌드를 따라잡고 싶은 사람들이 꼭 들러야 할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20일 서울 잠원동 챕터원에디트 매장에서 만난 구병준 대표는 “유행하고 있는 브랜드 제품을 들여오는 대신 한발 앞선 트렌드를 제시하는 제품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북유럽 다음은 ‘동양의 美’”그가 처음 편집숍을 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트렌드에 편승해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유행하는 북유럽 가구를 들여놔야 돈이 된다’는 주변의 만류도 소용 없었다. 구 대표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스몰 럭셔리 가구’를 사려하는 소비자들이 매년 배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말했다. 그는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 가로수길 챕터원셀렉트, 성북동 챕터원꼴렉트에 이어 지난 4월 ‘챕터원에디트’라는 이름의 세 번째 매장을 열었다. “2013년부터 세계를 휩쓸었던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는 국내에서도 완전히 대중화됐다”고 구대표는 말했다.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앞으로 동양적인 디자인의 가구와 소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오스 미얀마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돌며 시장조사를 마쳤다. 챕터원에디트도 수공예로 만든 토기와 불상, 옻칠된 쟁반, 나무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가구 등으로 채웠다. 구 대표는 “지금 유럽 인테리어 업계 사람들은 동양적인 정신과 문화가 담긴 콘텐츠를 찾고 있다”며 “흙을 재료로 한 수공예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감각이 다시 각광받는 ‘장식의 시대’가 다시 열릴 거라고도 예상했다. 그는“1~2년 후쯤엔 1800년대 말~1900년대 초에 유행했던 ‘유광’ ‘화려한 장식’ 등이 새로운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빙 트렌드를 예측하는 방법 구 대표는 ‘과거를 파고들어야 트렌드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찾으려는 비즈니스 맨들이 가장 먼저 참고하는 게 ‘과거’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세가 된 북유럽 스타일이 1960~1980년대 콘텐츠라면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서유럽 스타일은 1930~1950년대 부유한 이들의 인테리어를 닮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있는 시대는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반이다. ‘장식 예술’을 강조한 영국 출신의 화가 윌리엄 모리스가 활동하던 시기다. 구 대표가 ‘장식’을 새로운 트렌드로 내세우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그는 “‘단순함’이라는 키워드가 20년 간 이 업계를 지배해왔다”며 “조만간 ‘화려함’, ‘유광’ ‘하이그로시(고광택 공법)’라는 키워드가 각광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가와 협업해 독자 콘텐츠 생산 그가 들여온 제품 중 이탈리아 브랜드 GTV의 ‘타르가 소파’는 가장 반응이 좋았던 품목이다. 2016년 밀라노가구전시회에서 보자마자 들여왔다. 케인(나무 줄기) 장식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제품이다. 3인 기준 1500만원으로 고가지만 충북 청주시의 부티크 호텔 뮤제오 등이 제품을 사갔다. 스위스 디자이너 피에르 쟌느레가 작업한 의자도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1957년 인도가 찬디가르 도시를 세울 때 납품했던 이 빈티지 제품은 1200만원에 팔린다. 국내 작가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편집숍이지만 ‘자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시작한 작업이다. 작가 발굴은 구 대표가 맡는다. 권나리 작가가 디자인해 수작업으로 만든 ‘스틸라이프 컵’은 3000여개가 팔렸다. 구 대표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가구 브랜드는 브라질 가구 ‘에뗄(etetl)’이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남미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2020년엔 패션을 화두로 한 편집숍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패션업계는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시장”이라며 “‘옷 장사’보다는 원단과 디자인을 통해 한발 빨리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