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고소고발로 비화된 메리츠화재 지역본부장과 지점장 간 성추행 사건은 사측의 조직적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19일 알파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메리츠화재는 A지역본부장과 워킹맘 B지점장 간 성추행 사건 신고 당시 가해 의혹 당사자와 피해 의혹 당사자에 대한 강제 분리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B지점장은 알파경제에 “본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자 인사과장 C씨가 면담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엄정한 조사를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법의 판단을 기다리겠다 말을 바꿨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피해 사실 정식 보고 뒤에도 메리츠화재 측은 가해 의혹을 받는 본부장과 피해 고발자를 강제 분리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B지점장은 “사측이 다른 본부로 이동해 근무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겠다”면서 “사측은 본인들이 조사하고 해결할 테니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사측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메리츠화재 측은 “고발 당사자인 B지점장에게 다른 곳 근무를 원하면 이동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면서 “성추행 문제는 당사자 간 말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고 B지점장이 경찰 수사를 원해 결과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는 당사자 강제 분리 조치는 커녕 경찰 고발할 경우 자체 조사는 물론 B지점장에 대한 조치도 중단된다며, 피해자인 B지점장을 압박해 이 문제를 외부로 알려 공론화시키는 것을 경계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메리츠화재 측 주장과는 달리 B지점장이 회사에 피해 사실을 알린 건 작년 12월 26일이며, 고소장을 정식 우편 접수한 날짜는 올해 1월 12일이다.
이 같은 사측의 미온적인 태도 탓에 B지점장은 사측에 피해 사실을 알린 12월 말부터 가해 의혹을 받는 A본부장이 근무 중인 사무실로 억지로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B지점장은 “보험사 지점장이 다른 본부로 이동해 자기 팀원들을 관리하라는 제안은 그냥 나가라는 말과 같다는 얘기”라면서 “팀원들도 다 같이 본부 이동을 하게 해달라고 회사에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메리츠 화재 측은 민원 접수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서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접수 후 담당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지 의견도 충분히 경청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B지점장은 “처음 인사과 과장이 찾아와 이야기도 들어주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약자인 나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기대했다”면서 “회사는 결국 법 판결이 기다리겠다며, A본부장을 피해 근무하면서 지점원들 관리하라는 말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성추행 가해 의혹을 받는 A본부장은 알파경제와의 통화에서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본인의 이름과 전화통화 사실 등을 기사에 적시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