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종효 기자] SK디앤디가 에너지 개발사업 부문을 별도의 신설법인 에코그린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증권가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부동산과 에너지 개발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며 받았던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사업성이 기업 가치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부동산·에너지 사업 분할 결정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디앤디는 부동산과 에너지 사업으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분할 비율은 부동산 0.77, 에너지 0.23이다. 존속법인은 부동산 회사인 SK디앤디, 신설법인은 에너지 회사인 에코그린이다.
분할 후 자산은 SK디앤디 1조6000억원(부채 1조원, 자본 6000억원), 에코그린 6000억원(부채 4000억원, 자본 2000억원)으로 재편된다.
2024년 3월 1일 분할 기일, 2월 28일부터 매매정지를 거쳐 3월 29일 재상장 및 변경상장 예정이다.
회사 측은 부동산과 에너지 사업을 분할하여 상이한 두 개의 사업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 받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분할 목적을 밝혔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디벨로퍼로서 부동산 사업과 에너지 사업부문이 공존했고, 두 사업부문이 보유한 포트폴리오가 점차 많아지면서 사업부 단위로 각 프로젝트를 모두 관리하는 데에 비효율성이 존재했다"며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과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여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기업 가치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판단했다.
◇ 효율적 부동산 개발 가능
SK디앤디는 지난 2분기 강남역 스케일타워의 매각으로 25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막대한 현금은 분할 비율대로 2개 기업에 배분되며 자금조달이 중요한 부동산 개발의 속성상 고금리에도 안정적 사업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SK디앤디는 과거와 달리 리스크가 큰 자체사업보다 펀드와 리츠 등 금융 수단 활용도를 높이는 형태로 개발사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펀드와 리츠를 활용하면 위험 관리와 프로젝트의 대형화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오피스와 물류창고와 같은 전통형 자산 외에도 ‘에피소드’ 브랜드를 기반으로 최근 부상하는 코리빙 사업을 본격 확장하고 운영 기능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 에너지 사업 성장 분기점
이번 분할로 신설될 에코그린에 대한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SK디앤디는 국내 몇 안 되는 신재생 에너지 디벨로퍼로 연료전지와 풍력발전 중심으로 사업 확장 중이다.
육상풍력(가시리, 울진 83MW), ESS (전국 28개소 800MWh), 연료전지 (청주, 음성 40MW), 태양광(50MW) 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군위 풍력(75MW), 황학산 풍력(99MW), 칠곡 연료전지(20MW) 등을 개발 중이다.
개발/EPC/PF 등 에너지 사업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내재화했으며 미국 블룸에너지의 연료전지 주기기의 국내 총판권을 SK에코플랜트와 공동 보유하고 있다.
분할과 동시에 미국 ESS 사업 진출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텍사스 지역의 FTM(Front-the-Meter) ESS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 투자가 연말~연초 결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진행되는 장주기 ESS 시장 입찰에도 참여한다.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7년 이후 국내 시장 개화 시 전력 중개 사업의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해상풍력을 비롯하여 연료전지, 태양광 등에서 2020년대 후반까지 3GW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설 법인인 에코그린은 우량한 파이프라인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로서 정당한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복잡한 사업 구조 탓에 묻혀 있던 숨은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좋은 투자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