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PF대주단 현판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증권업계가 타업권과 비교해 부동산 PF연체율이 높아 여전히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대응으로 지난해 연말에 비해 단기 유동성이 확보된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위험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7일 금융감독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3.7%)에 비해서는 6.7%포인트, 전 분기(8.2%)에 비해서는 2.2%포인트 높아졌다.
타업권과 비교해도 증권사의 연체율은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 보험, 저축은행,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각각 0.01%, 0.60%, 2.0%, 2.4%에 그쳤다.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잔액은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6638억원이다. 비율로 따지면 14.8%로 전년 동기(5.7%)보다 9.1%포인트, 전 분기(10.9%)보다는 3.9%포인트 늘었다. 역시 은행(0.07%), 보험(0.4%), 저축은행(3%), 캐피탈사(1.7%)에 비해 높은 수치다.
부동산 PF 시장은 조달금리 상승과 함께 대출 기준이 높아지면서 유동성이 경색됐다. 여기에 대출 부담 증가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원자재와 인건비 등 건설원가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유동성이 경색되고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증권사들은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은 연체율은 높지만 연체 대출 규모가 4657억원에 불과해 자기자본으로 충분히 손실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에 따르면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은 31%에 불과하다. 이는 저축은행(208%), 캐피탈(93%)와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기평은 업권별 대략적인 준공 위험을 보기 위해 업권별 표본회사의 PF 모집단을 대상으로 익스포저를 추산했다. 다만 증권사의 익스포저 비중 산출 시점은 2022년 9월말 기준으로, 캐피탈(2022년 3월말)사에 대한 산출 시점보다 3개월 더 늦은 반면 저축은행(2022년말)보다는 3개월 더 이른 시점을 기준으로 삼았다.
각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리스크가 부각된 지난해 연말부터 우발채무를 줄이고 충당금을 늘리는 등 선제적인 리스크 방안을 강구해 왔다.
김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참여한 부동산 PF의 종류, 순위 등에 따라 회수 가능성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가 70% 이상인 증권사라고 하더라도 메리츠증권처럼 선순위 비중이 80% 이상인 경우 건전성 우려가 크지 않은 반면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한양증권 등은 중·후순위 비중이 7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브릿지론 대부분이 상반기에 만기가 닥친다는 점도 부동산 PF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높이는 지점이다. 브릿지론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 전 토지매입과 인허가 단계에서 필요한 돈을 대출하는 것으로, 본PF보다 금리가 높고 대출기간이 1년 내외로 짧다. 지난해 연말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다수의 브릿지론은 이미 만기를 연장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전 금융권이 참여한 PF대주단 협약을 가동해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해당 협약은 상환 유예, 원금 감면 등 정상화 방안을 비롯해 만기 연장 조건은 대주단 전원 합의에서 2/3 이상 찬성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하다. 이는 부동산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금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PF ABCP A1등급은 4.4%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이는 데 반해 A2등급 금리는 이달 들어 8%까지 상승하는 등 우량 등급과 비우량 등급 사이에 양극화가 심화됐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사업성이 회복되지 않는 한 위험성 역시 잔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만기 연장이 쉬워지면서 당장의 부도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어디까지나 위험성을 유예한 것일 뿐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