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는 7일(미 현지시간)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다우는 0.5%, S&P 500 지수는 0.2% 내렸지만 나스닥은 0.5% 올랐습니다. 나스닥의 경우 9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30개 종목으로 이뤄진 다우가 많이 내린 건 인텔이 3.4%, 셰브론이 2.7%나 급락한 영향이 큽니다. 셰브론은 한 투자은행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린 여파입니다. 인텔의 경우 블룸버그뉴스가 '애플이 2021년 맥북 용으로 새로운 자체 칩을 개발했는데 모든 점에서 인텔의 최고 CPU보다 앞선다'고 보도한 탓입니다.
인텔은 사면초가 상황입니다. CPU 최강자이던 인텔은 모바일 칩은 퀄컴에 밀려 포기했고, PC 칩은 AMD에게 역전 당했습니다. 새로 내놓은 11세대 칩(타이거레이크)의 미세공정이 여전히 14나노미터입니다. AMD는 이미 작년부터 7나노미터 대에 진입했는데 말입니다(물론 회사별로 미세공정 기준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서버 칩의 경우도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서 거세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인텔 칩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애플 (NASDAQ:AAPL), 아마존 등 대형 고객사들은 자체 칩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텔이 급락한 반면 애플은 더 빠른 맥북을 앞세워 PC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예상에 1.2% 오르며 나스닥을 끌어올렸습니다.
어쨌든 지난 11월 11.8% 폭등한 뉴욕 증시는 12월에도 전반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가 자택대기 명령을 내린데 이어 이날 뉴욕 주의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가 코로나 입원자가 향후 5일간 계속 증가하면 다음 주부터 레스토랑 실내 영업을 중단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경제 봉쇄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경제가 정상화될 내년 2분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상승에 따른 불안감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습니다.
주식 옵션 거래액이 사상 최대로 치솟고, 이 중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콜옵션 거래가 풋옵션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지난 4월 증시에 대거 신규 진입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제 파생 시장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실제 콜옵션 거래가 10계약 미만인 소액 투자자가 시장의 22%를 차지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또 미국뿐 아니라 일본 독일 한국 대만 인도 등 세계 증시가 최근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은 이날 최초로 100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15% 규모에 달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 메모에서 단기 조정 가능성을 예고했습니다. S&P 500 지수가 지난 주 금요일 골드만삭수의 연말 목표치인 3700에 도달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코로나 확산 상황이 악화되면서 증시가 완만하게 하락할 위험이 높아졌다. 백신 승인은 임박했지만, 확대되는 경제 봉쇄가 단기적인 경제 회복을 늦출 수 있다"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자사가 집계하는 투자심리지수(SI)의 표준편차가 +2.0에 달할 정도로 높아진 상태라며 이는 일반적으로 조정장을 부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SI가 +1.0 이상일 경우 S&P 500 지수는 향후 4주 동안 1~2% 내렸다는 겁니다.
게다가 투자자들의 총 자산 중 주식 비중은 48%에 달해 1990년대 이후 백분위로 따져 97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보다 높았던 적이 세 번 밖에 없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SI의 표준편차가 +2.0을 넘은 뒤 4주째까지는 조정을 받았지만 이후 상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경기 부양책 통과 가능성은 상승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 말 S&P 500 지수의 목표치 4300도 유지했습니다.
씨티그룹은 더 강한 스탠스입니다. 토바이어스 레브코비치 전략가는 이날 고객 메모에서 "S&P 500 지수가 우리의 연말 목표치(3300)을 약 10% 이상 웃돌고 있지만 밸류에이션과 투자자 정서, 기업 수익 추정치 수정흐름 등을 보면 여전히 우리 접근법이 적절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시장에는 분명한 위험이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제 위험을 살펴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S&P 500 지수가 3,691.96으로 마감된 만큼 향후 10% 이상의 조정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JP모간의 니콜라스 파니기르초글루 분석가도 단기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는 대다수 모멘텀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 포지션을 갖고 있는 만큼 1월까지 과매수가 일부 해소되며 조정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주식과 채권 등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연기금 등이 주가 상승 등으로 늘어난 주식 비중을 낮추는 리밸런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액수가 전 세계적으로 약 31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파니기르초글루는 최근 2주간 투자자들과 대화한 결과 △해외 주식(미국 주식에 비해) 매수 △경기민감주 매수 △신흥시장 자산 매수 △달러 매도 △금과 비트코인 매수 등에 콘센서스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투자자들 사이에 이런 콘센서스가 이뤄졌을 때 불행히도 많은 수익을 낸 적이 없다"며 역발상 투자를 권고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달 말부터 최대 10% 조정 가능성을 주장해왔습니다.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날 고객 메모에서 "이제는 주식을 사더라도 좀 더 선별적으로 살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백신 뉴스로 인해 경기민감주, 소형주가 급등한 만큼 향후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 수 있는 종목으로만 매수 대상을 좁히라는 겁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들과 다릅니다. 이날 강력한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S&P 500 주식이 올해 14% 이상 상승했는데, 기술적 측면에서 이는 2021년에 강력한 출발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스라브 마테즈카 전략가는 "S&P 500 지수가 평균 7.67%보다 높은 연간 수익률을 기록할 때 다음해 1월은 계속 강세를 유지한다. 또 전년도 증시 수익률이 연평균 수익률 이상일 때는 다음 해 1 분기도 평균보다 강세를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UBS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마크 헤펠 수석전략가는 "1690년부터 따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2개월 수익률은 평균 12%를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장의 밸류에이션도 일부 급등한 기술주를 제외하면 17배 수준으로 높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쉼 없이 계속되는 상승장에 월가의 논쟁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11월부터 급하게 올랐기 때문에 충분히 조정받을 때가 됐지만, 모든 투자자가 내년 하반기 경제 정상화를 예상하고 주식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이 발생한다 해도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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