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패션 브랜드 샤넬이 2일 일부 인기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 샤넬 매장 풍경. 사진=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보이백 미디움 가격이 올랐다고요?" "네, 보이 샤넬 플랩 백 이날부로 가격 인상됐습니다."프랑스 패션 브랜드 샤넬이 2일 일부 인기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달 말께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진 가격 인상 소식이 현실화된 것이다.2일 낮 12시30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 샤넬 매장. 혼수를 구입하러 매장을 방문한 직장인 김모 씨(33)는 이날부로 가격이 인상됐다는 소식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결혼을 한차례 미뤘는데 미루지 않았더라면 더 저렴한 가격에 가방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불과 6개월 전인 올해 5월 가격을 인상한 만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은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이 일어날 만 하다. '명품은 오늘 사는 게 제일 싸다'는 말이 역시나 맞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명품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이날부로 클래식백, 보이 샤넬 등 일부 인기 제품 가격을 2~5% 수준으로 인상했다. 올해 5월14일 10~27% 수준 가격 인상을 단행한지 채 6개월이 되기도 전이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가장 화제가 된 제품은 클래식 라인 가방들이다. 샤넬 클래식 라지 핸드백(맥시 사이즈) 가격은 종전 993만원에서 1014만원으로 인상되며 1000만원대를 돌파했다.
같은 클래식 라인 핸드백 스몰과 미디움 사이즈도 가격이 함께 높아졌다. 클래식 핸드백 스몰의 경우 769만원에서 785만원으로, 미디움 사이즈는 846만원에서 864만원으로 인상됐다. 지갑 등 소품류도 5% 내외로 가격이 인상됐다. 샤넬 클래식 라지 핸드백(맥시 사이즈) 가격은 종전 993만원에서 1014만원으로 인상되며 1000만원대를 돌파했다. 사진 = 샤넬 홈페이지
보이 플랩 백 스몰 사이즈와 미디움 사이즈는 각각 601만원에서 614만원으로, 657만원에서 671만원으로 올랐다. 보이백 미디움은 657만원에서 671만원이 됐다.
전날 개점 전부터 '오픈런'이 벌어지고, 대기열이 늘어섰던 매장 앞에는 이날 서너 명의 고객 만 대기하고 있었다.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늘 구입해야 한다"는 열의가 식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에도 약 20여 팀이 매장 앞에서 기다렸지만 오후에 들어서면서는 비교적 한가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날에는 매장 개점 전부터 약 70팀 정도가 대기하고 있었다"며 "가격 인상 소식에 긴 줄이 늘어선 지난 5월 당시와 비교해도 '역대급'이라 부를 만했다"고 말했다.
'샤테크(샤넬+재테크)'를 고려해 제품을 구입한 후 가격 인상 여부를 확인하려는 수요도 있었다.
전날 클래식 라인 미디움 핸드백을 구입했다는 주부 방모 씨(46)는 이날 샤넬 매장을 찾아 가격 인상분을 확인했다. 방 씨는 "하루 사이에 가격이 약 2% 올랐는데 조금 사용하다가 되팔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샤넬이 가격을 올리기 직전 친구가 물건을 산 뒤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을 봤다"며 "이번에는 샤테크에 도전해볼까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온라인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보를 나누는 분위기다. "가격 인상이 너무 빈번하다"며 구입 시기를 놓친 소비자들의 자조 섞인 토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상품'임을 내세워 샤테크에 나선 리셀러들도 눈에 띄었다.
한 소비자는 "이틀 연속 '오픈런'을 했는데 원하는 모델은 방문한 매장마다 품절이라 구하지 못했다. 이제 가격이 올라 1000만원이 넘었으니 차라리 돈을 더 모아 에르메스 백을 구입해야겠다."(네이버 아이디 na*****)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사진=뉴스1
업계에 따르면 전날 주요 백화점 개점 전 고객의 긴 줄이 늘어섰다. 샤넬이 지난 5월에 이어 가격을 인상할 수있다는 소문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상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린 탓이다.
전날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개점을 1시간여 앞두고 50여 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최근 명품 매장들은 모바일 앱(운영프로그램)을 이용한 대기자 등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매장 앞에 설치된 기기에 선착순으로 등록하기 위해 개점 전부터 줄을 선 것이다. 일각에선 고객들 간 순서를 두고 다투는 경우도 생겨 백화점 문을 열기 전에 직원들이 나서 대기선 등을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도 개점 전부터 샤넬 제품을 사기 위해 30~40명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은 예전부터 가격을 1년에 많게는 몇 차례씩 꾸준히 올리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샤넬의 경우 지난 5월 제품 가격을 7~17% 인상해 일부 제품의 경우 130만원이 한꺼번에 오르기도 했다.
상반기에는 샤넬 뿐 아니라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티파니 등 브랜드가 가격을 인상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불가리와 크리스챤 디올 등이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불황 속에서도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은 건재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억눌린 소비 욕구가 분출되는 '보복소비'와 부의 과시를 위해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베블런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영국 경제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04∼2016년 명품핸드백 가격은 연평균 8%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13% 급등했다.
이미경/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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