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직장인 A씨(36)는 애플을 0.1주 소유하고 있다. 애플 스마트기기를 애용하는그는 지난해 애플 주식을 직접 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애플 주가가 176달러(21만원)인 것을 확인하고 잠시 망설였다. 때마침 신한금융투자에서 해외 주식을 나눠 매매하는 서비스를 발견했다. 바로 0.1주를 17.6달러(약 3만원)에 살 수 있었다. 글로벌 기업의 주식을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어 지인들에게도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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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이 국내 주식의 소수점 매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 1주 단위로 거래되던 주식을 10분의 1, 100분의 1로 쪼개 판매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 주가 18만6000원(이날 종가기준)을 100분의 1로 나눠 1860원에 살 수 있게 된다. 현재 금융 당국엔 일부 법적문제 검토 등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유가증권시장 업무 규정에 따르면 국내 주식은 1주 단위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수점 거래는 신한금융투자가 해외 주식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신한금융투자는 해외 주식의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도입했다. 0.1주, 0.01주 등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다.
1주에 200만원이 넘는 황제주도 2만원대(0.01주)에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의 부담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선 아마존·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넷플릭스·스타벅스 등 총 67개 종목에 매매가 가능하다.
금투업계는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 논의가 갑자기 공론화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논의했던 만큼 적극 추진한다면 거래 활성화에 긍정적"이라면서 "선진국 시장은 이미 도입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관련 규제는 없지만, 거래소 매매 시스템이 1주 단위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운영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관련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운영 가능성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답변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실효성 여부를 제기하고 있다.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국내 황제주는 2~3종목 밖에 없고, 실제로 액면분할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최근 액면분할을 결정한 삼성전자나 롯데칠성 등은 거래 활성화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투자자에게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액면 분할의 경우 기업이 결정을 해야 투자자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소수점 거래는 투자자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거래 증가나 시장 활성화로 직접 이어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투자자에게는 유의미한 제도 변화라보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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