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들이 지난 1월 월별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돼 매출이 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따이궁의 구매력이 다시 한번 확인되자 면세점 간 이들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이 21일 오전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안재광 기자
따이궁 의존도 더 심화
2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7116억원으로 전월 대비 7%, 전년 동월 대비 16.2% 늘었다. 종전 최대치인 작년 9월의 1조7005억원을 웃돌았다. 따이궁 등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93만3084원으로, 작년 1월(84만7199원)에 비해 10.1% 증가했다.
면세점들은 올 들어 매출 감소를 크게 우려했다. 국내 매출의 70% 이상을 올려주는 따이궁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 탓이다. 따이궁 등 온라인에서 소규모 판매를 하는 개인은 올해부터 사업자 허가를 취득하고, 세금도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따이궁의 사업성이 떨어져 면세품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고 본 이유다.
악재는 또 있었다. 중국 항공사들이 안전을 이유로 올 들어 ‘게이트 배기지(gate baggage)’를 속속 금지한 것이다. 게이트 배기지는 시내면세점 등에서 대량 구매한 면세품을 공항 출국장 내 탑승구(게이트)에서 비행기 화물칸에 옮겨 싣는 것을 말한다. 따이궁은 한국의 시내 면세점에서 산 물품을 공항 인도장에서 넘겨받은 뒤, 주로 게이트 배기지를 통해 자국으로 가져간다.
전자상거래법 시행과 게이트 배기지 금지로 인해 “따이궁 매출이 올 1월 20~30%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우리의 설 명절에 해당하는 중국 춘제를 앞두고 따이궁의 대량 구매가 더 확대된 것이다.
업계에선 전자상거래법이 정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중국 정부가 초반에는 단속을 강하게 하지 않은 영향으로 본다. 다만 1월 실적만 보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최소 3월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까진 긴장감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붙은 송객 수수료 경쟁
따이궁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면세점 간 이들을 ‘모셔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신생 면세점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은 이달 초 개장 100일을 맞아 따이궁 한 명을 데려오는 가이드에게 6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회원 가입 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3만원짜리 선불카드도 줬다. 맞대응에 나선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이달 중순부터 800달러 이상 구매하는 따이궁을 보내주면 8만원을 주기로 했다. 춘제 대목이 끝났는데도 이례적으로 마케팅을 강하게 했다.
업계에선 따이궁이 선호하는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장충동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등은 매출의 12~15%에 해당하는 송객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본다. 따이궁이 덜 찾는 서울 강남권의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등은 20~30%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객 수수료는 따이궁, 유커(단체관광객) 등을 보내주는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작년 국내 면세점이 이들에게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1조3181억원에 달했다. 2013년(2966억원) 대비 약 5배 급증했다. 현재 국회에선 면세점의 송객 수수료를 제한하는 내용의 관세법 및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올라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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