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공지능과 암호화폐 정책책임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삭스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AI 같은 신기술을 유통에 접목해 고객 경험을 확대하는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삭스 정책책임자는 "유통업은 소비자들이 AI의 발전상을 가장 피부에 와닿게 느낄 수 있는 산업"이라고 답했다.
정 회장의 관심처럼 국내 유통 시장을 열어온 이마트의 AI 활용 현황은 어떨까. 22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마트에서 사용하고 있는 AI 활용 시스템은 ▲행사 안내 고지(보이스 POP) ▲상품리뷰(e-Trend) ▲고객 문의 ▲신선 마크다운 등이 있다.
이마트는 생성형 AI 기업과 협업해 보이스 POP(point of purchase·안내 고지) 체계를 구축했다. AI가 400여가지 목소리로 전단행사·특가행사 등 보이스 POP를 녹음해 즉시 송출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본사에서 성우를 통해 보이스 POP을 녹음해 각각의 점포로 보내줬다면 현재는 문구만 작성해도 자동으로 음성으로 변환해 본사에서 각 점포에 방송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 5월부터 전지점으로 확대해 농산·축산·수산·델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상품리뷰 'e-Trend' 시스템은 ▲이마트 앱 ▲SSG닷컴 ▲고객가치센터에 접수하는 의견과 상품평을 종합해서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과 운영을 위해 도입했다. 하루 평균 3만개, 월평균 80만개에 이르는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리뷰 키워드와 부정 리뷰의 증감 추이를 전달한다. 부정리뷰가 많이 증가하면 담당 바이어에게 긴급 알람이 전송된다.
'AI 신선 마크다운'은 판매 실적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재고 등을 고려해 최적 할인율을 추천해준다. 할인 라벨까지 자동 발행해준다. 지난해 델리코너 23개점과 수산코너 53개점에 적용했다. 올해 델리·수산 코너에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셀프계산대에서 AI 카메라를 활용해 스캔 누락과 계산 오류 등을 감지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점포에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소기 성과를 달성했고 올해 약 50개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내 업무 효율화를 위해 사내 매뉴얼 등에 대해 임직원이 문의하면 AI가 답변해주는 시스템도 있다.
이마트가 AI를 어떻게 접목하고 발전시켜 나갈지 주목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최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AI를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며 "국내 유통업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AI 활용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