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금융시장은 대전환 시대를 맞았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5대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는 올해 에셋(Asset·자산)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달라진 통화정책과 금융정책, 규제 변화에 대비하고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2년6개월 만에 완화 기조로 돌아섰고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하며 2개월째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배경은 내수 부진에 수출 둔화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대 초반에서 1.7~1.9%대로 낮췄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경제 하방 압력에 트럼프 리스크… 기준금리 2.50% 전망
5대 은행의 PB는 올해 기준금리 전망을 연 2.50%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연 3%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차례 내리면 연 2.50%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은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올해 기준금리는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하면서 추가 인하한다고 밝혔다.
최정현 KB국민은행 PB팀장은 "한은은 경제 성장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 리스크에 유의하면서 기준금리를 2차례 인하할 것"이라며 "상반기 1차례, 하반기 1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면 올해 말 기준금리를 2.50%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최대 4차례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은이 저금리 시대 막을 내린 2022년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2022년 7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2.25~2.50%로 한 번에 0.75%포인트 올렸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2%대로 올려 잡았다.
김두환 신한은행 PWM분당센터 팀장은 "올해는 수출 감소, 소비 위축, 혼란한 정치 상황을 고려해 한은이 최대 4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최고 1%포인트까지 금리를 내리면 올 연말 기준금리는 2%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 PB들은 한은의 금리인하 전망에 무게를 두는 한편 저금리 시대에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표 유형자산인 부동산은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택 가격 하락의 가장 원인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정국 불확실성 속 매수 수요 및 투자심리 위축이다.
은행의 대출 문턱도 올라간다. 금융당국은 올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한다. 스트레스 DSR 규제는 금리 변동성을 고려해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규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2월 0.35%(1단계), 9월 0.75%(2단계)의 가산 금리를 부여했고 올 7월부터 1.5%(3단계) 금리를 적용할 방침이다.
유수정 IBK기업은행 VM팀장은 "한은의 기준금리는 인하는 투자의 호재 보다 경기 둔화에 따른 보험성 조치로 바라봐야 한다"며 "고물가와 고환율 속에 내수 부진이 지속돼 몇 차례의 금리 인하로 단기간 경기 부양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과거 오랜 고금리 이후 금리인하 시기가 대부분 경기침체의 시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레버리지를 활용한 무리한 부동산, 주식 투자는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정부는 가계부채 부담이 증가하면서 금리인하 기조 속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리가 5년간 고정된 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5주기로 대출상품 금리를 설정해 이자 부담을 낮추는 대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금리 인하 기대에 채권 투자… 장·단기채 분산
대표 무형자산인 주식은 투자 비율을 낮추는 한편 채권 투자 비율을 올릴 것을 추천했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다.
채권은 투자자가 정부, 금융회사, 주식회사 등(발행인)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받은 증권으로 발행인의 부도, 파산 등 사건이 발생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이 올해 11월부터 1년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하면서 발행인의 신용이 올라 국고채 금리는 중장기적으로 0.5%포인트 안팎에서 하락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 투자 시 장·단기 채권에 분배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장기채권은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금리가 내려갈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단기채권에 투자하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낮추고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유수정 VM팀장은 "최근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10년 국채금리가 4.6%로 상승하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했는데 이를 투자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금리 변동성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장기채와 단기채에 함께 투자하는 바벨전략을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 호황 전망… 경제 효과 일본 투자처
주식 투자 키워드는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이 2%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증시 랠리도 월가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어서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인공지능(AI) 붐 속에 최고가를 경신하며 25.18% 상승했다. 최근 2년간 지수 상승률은 닷컴 버블 당시인 1997∼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최정현 KB국민은행 PB팀장은 "미국은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한 후 강력한 경제성장, 인플레이션 둔화에 증시 강세가 예상되는 국가 1순위"라며 "미국 경제정책에 따라 AI, 반도체 등 빅테크,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정유, 금융주 등을 투자 바구니에 담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례없는 강세를 보인 일본 증시도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 엔저 현상에 따른 수출기업 실적개선,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우량주 225개 기업을 편입한 닛케이225를 추종하는 TIGER 일본니케이225 ETF의 지난해 수익률은 21%다. TIGER 일본니케이 225 ETF는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등을 자회사로 가진 패스트리테일링을 12%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반도체 관련주인 어드반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도 6% 비중으로 편입했다.
정상진 PB팀장은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위주 산업에 세계 자금이 몰릴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정책에 중국 주식시장은 하락, 일본은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WM전문위원은 "일본의 금리정책에 변하면 엔화가 오르고 주식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일본 주식과 양자컴퓨터 등 새로운 기술을 담은 종목에 일부 자산을 투자할 것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