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1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예상치 못한 정치적 상황 변화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을 바라보는 해외 시선이 불안해지고 당장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외국인 투자 위축 불가피"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안정성 확대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원장은 "경제적 충격으로 환율이 반응하고 해외 시선이 불안해지며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부정적 영향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일주일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것과 관련해 "주가와 환율 등이 1~2%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나, 이 정도 변화를 큰 폭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근거로 외환위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왔고, 현재 대외순자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수준"이라며 "외환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조 원장은 "당시와 비교해 경제 펀더멘털이 훨씬 안정적이고 기업들의 재무상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전하다"고 평가했다.
과거 유사한 정치적 불안정 상황에서도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원장은 "8~9년 전 비슷한 상황에서도 경제지표들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경제의 장기적 과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 안팎이지만 하락하는 추세는 분명하다"며 "앞으로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과 비슷한 소득 수준 국가들의 잠재성장률이 대부분 2%를 넘지 못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조 원장은 "규제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은 생산성 향상에 빠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교육 개혁도 시급하지만 그 효과는 10~20년 후에야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련해서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관세 부분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중국 견제 전략으로 인해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