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이 혼란으로 접어들며 원·달러 환율의 단기 저항선도 지속해서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할 경우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며,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 대비 10.1원 하락한 1,426.9원으로 나타났다. 야간 거래 종가도 1432.8원으로, 전날 주간 종가보다 5.9원 오른 가격을 기록했다.
앞서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만 넘어서도 시장에 긴장감이 형성되는 분위기였으나, 혼란한 정국에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 되며 심리적 마지노선이 1,450원까지 밀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일각에서는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지난 1997~1998년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 겪어본 적이 없는 환율이다.
IM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국내신인도 하락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신인도 하락에 따른 외국인과 국내 자금의 동반 이탈로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단기적으로 1,450원 수준까지 전망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만약 환율이 1,500원대에 근접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외환당국이 공격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며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021년 10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3년 간 감소세를 이어왔는데 지난 2022년 5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300억달러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 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헐어 시장개입에 나서는 경우 외환보유액 규모가 4000억달러를 밑돌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두고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의 급격한 감소가 다시 외환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편,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금융당국이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관련 규제 완화 검토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은행권에서 완충자본 비율 규제와 유동성 비율 산출기준 등에 대해 국가별 재량권 범위 내에서 글로벌 규제수준과 비교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에 나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금융사의 재무적 탄력성이 축소돼 긴요한 자금공급, 정상적인 배당 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장과 소통해 규제 합리화를 위한 다양한 과제를 발굴하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