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종가 기준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1400원 선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내각 구성 소식이 전해지면서 올 연말 원/달러 환율은 145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6.3원 오른 1401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웠다. 트럼프 당선인 재집권 성공 이후 종가 기준 ▲6일 1396.2원 ▲7일 1396.6원 ▲8일 1386.4원 ▲11일 1394.7원을 기록했고 장중 1400원을 넘보다가 12일 종가기준 1400원 선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 종가가 1400원 위에서 형성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는 외환시장 거래가 주간에만 이뤄져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다. 외환시장 개장 시간은 지난 7월 1일부터 새벽 2시까지로 연장됐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이유는 달러화를 미리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6개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지수(DXY)는 11일(현지 시각) 0.6% 이상 오르며 105.7까지 상승했다. 지난 7월3일 이후 장중 최고치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향후 감세와 대규모 관세 부과가 예상되고 이는 수입 비용을 높이고 경기도 자극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은 연방 재정 적자도 크게 늘릴 전망으로 신규 국채 공급 증가와 이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이던 6일 4.435%까지 치솟기도 했다.
연준, 긴축도 안 먹혀… 관세 폭탄 예고에 강달러 지속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지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예상보다 금리 인하 폭이 작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연준 위원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지난 9일(현지 시각)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이 "의회와 새 행정부 사이의 단기적 계획이 아닌 생산성, 경제 성장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연준의 의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선 결과 레드스윕이 유력해지면서 달러인덱스가 105를 상회하는 등 달러 강세 모멘텀이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최고 1450원으로 올려잡았다. 진옥희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무역 갈등 격화와 이민 제한 정책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안전자산 선호 속 달러 강세로 연계될 수 있다"며 "환율이 최대 145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속도 조절을 위한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환율이 올라가면서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매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상승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