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를 거둔 이후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커진 결과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9.09포인트(1.94%) 하락한 2482.57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아래로 내려간 것은 올해 8월5일 '블랙먼데이' 이후 3개월 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1400원을 넘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8원 오른 140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원 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건 2022년 11월7일(1401.2원) 이후 2년여 만이다.
이날(12일)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였던 것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선물 시장, 중국, 홍콩, 일본 등 다른 나라 증시도 밀리고 있지만 유독 국내 증시만 하방 압력을 심하게 받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심화를 이유로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변수는 아니기 때문에 12개월 후행 PBR(순자산가치) 밸류에이션은 충분히 내려간 상태라 추가 투매를 억제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 둔화에 더해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무역 갈등으로 불확실성은 증대되고 있다"며 "하지만 당장 저점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달 중순 이후 분위기 반전 가능성은 높다"며 "실적 시즌 종료와 함께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이 마무리되면 12개월 선행 EPS(주당 순이익)는 상승 반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코스피는 동트기 직전 가장 어두운 시점이다"며 "멀지 않은 시점에 동이 틀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1기 때와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집권 당시 교역상대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제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며 한국을 포함해 교역상대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며 당초 계획만큼 이뤄지지 못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월부터 전개된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9월 대비 약 70-80원 가량 상승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환율 상승은 어느 정도 선반영됐다고 본다"며 "다만 공화당의 의회 장악은 트럼프 2.0 시대 정책 실행력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환율의 추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 상황에서 1차 상단은 1420원, 2차 상단은 1450원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은 시장 내 유동성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달러강세를 유발하는 한편 무역수지개선을 위해 상대국 통화가치 절상을 요구해 달러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현재 글로벌 외환시장 환경을 생각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원화절상을 요구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고려할때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