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7.6원 오른 1396.2원에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이자, 지난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전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4.6원 내린 1374.0원에 개장했다. 지난 29일 새벽 2시 마감가(1379.3원) 기준으로는 5.3원 하락했다.
개장 이후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오후 12시3분에는 1399.7원까지 치솟아 지난 4월16일(1400.0원)의 연고점 이후 장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2시14분 기준 105.02를 기록했다. 개장 전 103에서 장중 105까지 오르며 지난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한 번 더… "환율 1420원까지 열어놔야"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일으킨 주인공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으로 지난 6일 오전 2시30분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연설을 통해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미국 연방 하원의장(루이지애나)이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다며 축하했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미국에 다시 희망과 아침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말했다.
재정·외환 당국은 미 대선 이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있다.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강달러 기조가 더 강해질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은 강달러, 주변국 통화 약세 등 대외 요인뿐만 아니라 취약해진 한국 경제 펀더멘털과 내국인의 해외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눈에 띄게 불어나는 재정적자 리스크와 세계 수출 제조업에서 한국 비중의 하락세 등은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강달러와 함께 채권 금리 상승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공화당이 대선에서 백악관은 물론 상·하원까지 장악하면 트럼프 공약대로 법인세율 15%로 인하 등 감세 정책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미 재정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연방예산위원회(CFRB)에 따르면 이로 인해 향후 10년간 미 연방이 떠안는 재정적자는 7조7500억달러(약 1경693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미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02~0.03%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미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할 경우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최대 0.43%포인트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는 "공화당이 대선에서 백악관은 물론 상·하원까지 장악하면 중국과의 갈등이 심해져 수출 의존형 국가인 한국에는 타격이 불가피하고 그 결과 환율도 1400원을 넘어 142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