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모듈러호텔 건설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김수 GS건설 해외 프리패브(Prefab) 사업담당의 얼굴에는 자긍심이 느껴졌다. 국내에선 여전히 생소한 모듈러 건축은 해외 선진국들이 채택하는 친환경 공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김 사업담당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완공 시점이 눈앞이지만 안도감보다는 마지막 단추까지 무사히 잘 꿰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건축방식과 경쟁해 수주 더 큰 의미
GS건설의 유럽 자회사이자 고층 철골 모듈러 전문공사업체 '엘리먼츠 유럽'은 2022년 4월 런던 모듈러호텔 사업에 착수했다. 엘리먼트 유럽에서 이사직을 수행하는 김 사업담당은 올 초 런던 현장에 부임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런던 모듈러호텔은 23층 높이 건물이다. 현재 공정률이 70%를 넘기면서 내년 6월에 완공을 앞뒀다. 외관상 21층까지 모듈이 올라간 상태. 상부의 구조물 설치와 외벽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해 해외 건축현장에서 모듈러 공법이 부상하는 이유는 환경 문제 해결과 빠른 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사업 활로를 모색하며 런던 건설시장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겠다는 각오다.
이는 해당 현장이 좁은 도로와 많은 교통량, 유동인구 등으로 일반 현장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존 건축공법은 공사 자재를 실은 트럭의 이동과 소음, 분진 등이 많은 불편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는 "모듈러공법을 통해 공사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자재 운반 트럭이 도로를 점용하는 시간과 공사장 주변 피해도 줄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 모듈러 건축기술 앞장서 도전
김 사업담당은 올 초 런던 모듈러호텔 현장에 부임했지만 시공 과정에서 겪은 숱한 어려움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는 "영국에서 공사 업무를 수행하려면 관련자들과의 협의를 사전에 완료해야 하는데 현장 주변으로 언더그라운드(지하철)가 지나서 대중교통 관리당국과 많은 소통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과 벽을 맞댄 공유오피스 사업자와도 합의를 이뤄야 했는데 현장 타워크레인이 공유오피스 테라스 위를 지나기 때문에 안전 조치의 세부 내용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법과 관리 체계가 광범위하면서도 구체적인 영국, 그리고 대도시인 런던에선 다양한 인·허가와 민원 조치가 수천 건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들을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모듈러공법이었다고 김 사업담당은 부연했다.
김 사업담당은 "2019~2020년 물가상승률이 3% 미만으로 안정적이었지만 2022년 10%대, 2023년 9%대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물가 상승 보전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 영국 건설계약의 특성상 많은 건설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에는 현지 대형 건설업체 ISG가 도산하는 모습까지 지켜봐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러 악재를 견딘 과정들이 앞으로 모듈러 건축시장에서 GS건설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주목하는 중점 신사업 가운데 하나인 만큼 대규모 투자도 기대된다.
"숙련된 건설 노동자의 부족과 건설산업 고비용화, 생산성 개선 문제는 선진국도 동일하게 겪고 있는 현상입니다. GS건설과 엘리먼츠 유럽은 모듈러와 탈현장 공법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건설시장의 선봉에 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