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들어 세 번째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인플레이션이 순조로운 둔화세를 보이는 동시에 경기 위축 우려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각) ECB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린 통화정책이사회를 통해 기준금리와 예금금리를 각각 25bp 인하한다고 밝혔다. 한계대출금리도 연 3.90%에서 3.65%로 25bp 인하했다.
앞서 ECB는 올해 6월 세 가지 정책금리를 모두 0.25%p 내리며 1년 11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한 것은 13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ECB가 분기마다 한 차례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으며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며 금리인하에 속도가 붙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잠정치 1.8%를 하회하는 1.7%로 집계됐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2.0% 보다 낮게 나타난 것은 지난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급등한 에너지 가격 하락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둔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들어오는 정보들은 인플레이션 완화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The incoming information on inflation shows that the disinflationary process is well on track)”고 언급했다.
다만, 향후 금리 조정에 대해서는 “우리는 어떤 특정 금리 경로에도 미리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편, ECB는 이날 만장일치로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일부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ECB가 금리인하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날 금리선물시장에서는 ECB가 오는 12월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를 통해 빅컷(0.5%p 금리인하)을 단행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20%로 높아졌다.
아울러 트레이더들은 내년 4월까지 ECB가 모든 통화정책 회의에서 0.25%p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달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만장일치로 금리인하가 결정되며 향후 더 큰 폭의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ECB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보다 큰 폭의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 총장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장에서 ECB와 연준이 향후 같은 폭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CB가 연준보다 금리를 더 많이 인하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