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올 들어 중고차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증 중고차 제도 등에 힘입어 ‘정보를 믿기 어렵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어서다. 경기 불황과 내구성 등 품질 수준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 1~10월 차량 이전·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1.2% 늘어난 316만 대로 집계됐다. 매달 평균 31만 대 넘게 거래된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한 해 중고차 거래 대수는 2016년 세웠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당시 거래 대수는 378만 대로 신차 판매(183만 대)의 두배에 달했다. 중고차 시장은 2013년 337만 대에서 꾸준히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엔 373만 대로 잠시 숨을 골랐다.
업계는 대규모 중고차 매매단지가 속속 등장하면서 허위매물 근절, 인증 중고차 등이 자리잡은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인증 중고차는 수입차 또는 매매업체가 엔진, 내·외관 상태 등을 점검해 일정 수준의 품질이 보증된 차량을 말한다.
값싸게 수입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맞물린 점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등록된 매물 중 수입차 비중은 24.0%로 전년 동기(22.0%) 대비 2%포인트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수입 중고차 거래가 매우 활발하다”며 “아무리 길어도 한 달 반 내에 대부분 다 팔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경기 불황이 차의 품질 향상과 겹치면서 중고차 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출시된 차 내구성이 예전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며 “폐차 수명은 2009년 약 7.6년에서 최근 9년을 넘기는 등 점차 길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와 동시에 경기가 안 좋아 신차 출시와 구매 수요는 줄어들었다”면서 “미국 중고차 시장이 신차 대비 6~7배 정도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선진국들의 흐름을 따라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각종 첨단 안전장치 장착에 따른 신차 가격 상승,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추세도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러한 수요 증가세에도 순수 전기차의 경우 중고차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SK엔카닷컴을 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등록된 전기차 매물은 1034대에 그쳤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했다.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례는 훨씬 적다. 중고차 매매업체 케이카에서 최근 3년간 이전·등록된 전기차는 연간 20여 대였다. 3만 대 정도로 예상되는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한국전기차협회)를 감안할 때 거래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한 중고차 매매업체의 한 직원은 “전기차 중고거래는 서로 기피하는 분위기”라며 “전기차용 배터리 성능을 진단하는 전문인력이 없을 뿐 아니라 관련 교육체계가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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