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조병규 물러나도 ‘우리’는 여전히 ‘나쁜 우리?’

입력: 2024- 09- 10- 오전 03:44
임종룡‧조병규 물러나도 ‘우리’는 여전히 ‘나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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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스탁데일리=임재문 기자]

서울 명동의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180억원대 횡령사고,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 후에도 내부통제 강화 방침이나 대책 마련 보다는 우리은행장 자리를 두고 계파 갈등만 더 치열해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조병규 행장은 12월 말 임기가 종료된다. 금융권에서는 조 행장의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직원의 대규모 횡령뿐만 아니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등 내부통제 부실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안팎에서 책임론인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몇몇 전현직 임원들이 조 행장 후임 자리를 놓고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추석 명절을 핑계 삼아 사외이사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내부 분위기 전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과 경쟁에 져서 낙마한 K 모 전 임원이 회장 자리를 노리는 움직이 있다”며 “조용규 행장에 밀려 회사를 떠난 전 계열사 대표 출신 K, C 씨도 이름이 오르내린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은행장 자리를 두고 우리은행의 뿌리깊은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거라는 우려도 있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1998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이다. 한빛은행은 합병 후에도 IMF 외환위기로 인한 부실을 해결하지 못해 2000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공적자금을 받게 됐다. 이후 2002년 사명을 우리은행으로 변경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우리은행 초기 2002년부터 2007년까지는 외부인사가 우리은행 행장에 임명되는 관치금융의 성격이 짙었다. 그 후 2008년에 첫 내부출신 행장으로 한일은행 출신인 이종휘 행장이 선임됐다. 그러면서 다음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으로 번갈아 가며 나와야 한다는 게 불문율로 자리 잡았고 실제로 이종휘 행장에 이어 2011년 선임된 이순우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었다.

하지만, 2014년에도 상업은행 출신인 이광구 행장이 연이어 선임되면서 계파 갈등이 시작됐다. 이광구 행장은 재임 중 그간 숙원이었던 우리금융 민영화를 이뤄냈지만 특혜채용 비리에 연루돼 자진 사임해야 했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내부 문건은 한일은행 출신 인사가 심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역시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금융감독원에 들어간 투서나, 모 언론사에 전달된 제보 등은 손 전 회장과 반복했던 상업은행 출신들이 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반복되는 두 계파 간의 해묵은 진흙탕 싸움으로 우리은행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우리은행 정도되는 조직의 수장 자리를 능력을 우선해서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계파에 따라 번갈아 선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반복되는 계파 갈등에 따른 ‘자기 식구 감싸기’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임종룡 회장 역시 16년만의 외부출신 회장으로서 이같은 계파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처음부터 드러냈다. 하지만, 연세대 출신 인사들만 등용하며 또다른 계파만 만들어내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직 임원은 “과거부터 우리금융은 횡령 등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뒤에 감추기 급급한 문화가 있었다”며 “사안이 심각한 만큼 차라리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경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고객에게 사과해야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이복현 금강원장도 “우리금융이 대응하는 방식을 볼 때 과연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었는지 나눠먹기 문화 같은 것들이 상대적으로 팽배했던 것은 아닌지 등의 매니지먼트에 책임이 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임재문 기자 losthell@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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