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면서 정치권은 물론 국책연구기관까지 우려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집값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환율에 따른 수출 감소 영향으로 인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아 고민에 빠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8월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0.1%포인트(p) 낮춘 2.5%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긍정신호에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민간 소비가 크게 위축됐고, 전체 성장률도 하향 조정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은행 전망치와 같고 2.6%를 전망한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는 낮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소비는 지난 5월 전망치 대비 0.3%포인트 하향된 1.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경기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망(2.2%)보다 크게 낮은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초 시장 예상보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위축된 것은 고금리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민간소비 전망의 하향은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더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경기와 물가 상황에 맞춰 금리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금융 안정이 강조되다 보니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5월 금통위때부터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이미 그 시점을 지났다”면서 “언제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국내 경제상황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DI에 앞서 대통령실과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정사실화에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내릴 수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2% 수준에 머물면서 금리인하 동력에 힘이 붙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행 한 관계자는 “KDI의 경우 연간 전망치를 한은보다 높은 2.6%로 전망한 바 있다”면서 “(지금 와서) 소폭 내리면서 한국은행을 지적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시장에서도 오는 22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8월 금리인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여전히 집값 급등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과 환율 불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긴축 시사로 원·달러가 안정되나 싶었지만, 1360~1380원을 오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대비 0.26% 상승해 20주 연속 올랐다. 지난달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7조5975억원 치솟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증권보고서를 통해 "내수만 보면 인하가 바람직하지만, 환율과 가계부채, 집값 3종 세트가 금리 인하를 제약하고 있다"면서 "한은은 8월 선제적 인하보다 잭슨홀 미팅과 9월 연준의 금리 결정 등을 지켜본 후 금리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