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약 11억달러에 가까운 외화 조달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피습 이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점 등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선제적 대응을 취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전날(16일) 6억달러(약 8280억원)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행을 통해 이달 중 만기가 도래하는 3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상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은행권의 달러 조달 흐름은 상반기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해외 공모를 통해 7억달러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6억달러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4월 소셜본드 형태의 5억달러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통상적으로 7월은 계절적요인으로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빈번하지 않은 시기지만, 지속되는 달러 강세 등 현재 외환시장의 분위기에 달러조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 대선 승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약으로 수입품 관세 부과와 소득세 폐지 등 대규모 감세 정책을 언급했는데 만약 해당 공약들이 현실화되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재정 악화로 인한 국채 금리 발행 증가로 이어지며 미 국채 금리가 높아져 외국인 투자금이 몰리며 달러 강세를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15일(현지시각) 기준 달러인덱스는 오후 7시 15분 기준 104.25를 나타내며 전날에 이어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은행권이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 이유 중 하나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리가 꼽힌다.
신한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는 만기 5년 이상일 경우 100%자기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우리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도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있어 BIS 비율계산시 기본자본으로 인식된다는 이점이 있다.
한편, 은행권을 비롯해 기업의 외화조달 규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외채무는 2501억7800만달러(약 346조6716억원)로 집계됐다. 대외채무는 기업이 갚아야 하는 외화차입금을 뜻하며 지난 2023년 1분기 이후 내림세를 보이다 5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