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대 국회에서 무산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재추진되면서 경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노란봉투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고, 누구나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으로 파업이 만연해지고 상시적인 노사분규에 휩쓸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尹 거부' 노란봉투법 재추진 속도
야당이 재발의한 3개의 노란봉투법이 22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김태선 민주당 의원안 ▲이용우 민주당 의원·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윤종오 진보당 의원안이 야 6당 의원 87명의 서명을 받아 공동 발의됐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해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야당 주도로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재발의된 노란봉투법은 기존에 발의된 개정안보다 강력하다. 야 6당 공동발의안은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를 근로자로 추정하면서 노조 가입자 제한 요건을 삭제했다. 이 경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등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간다. 사용자도 ▲노조 상대방 지위에 있는 자 ▲사내 하도급의 원사업주 등으로 대폭 넓혔다.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 추진을 반대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에서 최종 부결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논란의 소지가 큰 새 조항이 추가돼 다시 발의됐다"며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으로 세상에 이런 법이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국회와 마찬가지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는 만큼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야당 단독으로 소위원회 구성을 마친 뒤 노란봉투법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본회의 표결까지 무난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란봉투법 통과 시 불법행위 만연화될 것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하청업체 또는 협력사 직원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에 나설 수 있다. 현행법은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자'를 사용자라고 판단한다. 노란봉투법은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모두 사용자라고 정의한다.
개인사업자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게 되는 것도 경영계에 부담이다. 재발의된 노란봉투법은 배달 라이더나 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도 노조에 가입했다면 근로자로 분류하도록 했다. 해고자 등 현재 근로자 신분이 아닌 자가 가입된 노조도 노조 지위를 인정한다.
경영계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현재는 조합원이 파업 과정에서 사업장이 손해를 입힌 경우 행위 가담자 전원에게 연대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가담자별로 행위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나눠야 하고 기여도 역시 회사가 개별로 입증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기존 노동시장 질서가 완전히 파괴될 수밖에 없다"며 "노란봉투법 통과 시 파업이 만연해질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정치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