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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 금리 인하 기대 횟수를 기존 3회에서 1회로 크게 낮추면서 한국은행의 인하도 빨라야 4분기(10~11월) 단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고물가를 잡기 위한 마지막 단계(라스트 마일)에서 성급하게 금리를 내렸다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할 경우 정책 비용이 막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연준은 11~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하고 새 점도표에서는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5.10%로 제시했다.
이로써 미국의 정책금리는 한은 기준금리(3.50%)보다 2%포인트(p)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점도표 상 미국의 인하 횟수가 기존 연내 3회에서 1회로 빠르게 뒷걸음쳐 한은의 인하 기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FOMC 위원 19명 중 4명은 아예 올해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시장이 예상한 미국의 인하 시점은 기존 9월에서 11~12월로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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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은도 유사한 '인하 지연' 분위기를 조성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창립 기념사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현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물가 추이를 보면 소비자물가가 지난 2~3월 3%대에서 4~5월 2%대 후반으로 내려오긴 했으나 국제 유가를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가 여전히 크고 환율도 통상보다 높은 1370~1380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 상방 압력에 대한 걱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특히 환율의 경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더욱 늦춰진 만큼 금리 인하 시점을 고려함에 있어서 더욱 주요한 요소로 떠오르게 됐다.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 하락) 수입물가가 오르고, 수입물가가 국내물가를 전반적으로 밀어 올려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총재는 앞선 창립사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물가, 환율 등 다양한 상충 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창립 제74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르면 9월 이후 1~2차례, 한은은 이르면 3분기 말(8월), 늦으면 4분기(10~11월) 1차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김유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근원물가가 점진적이나 하향 흐름이 유효하고 노동시장 내 실업률 상승과 둔화가 좀 더 가시화될 걸로 본다면 9월과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하반기 인하 확신이 유지되는 가운데 환율만 1300원 초반대로 빠져준다면 연준의 9월 인하 기대를 전제로 한은이 8월 선제적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물론 미국의 지표 상황 등이 받쳐주지 않으면 한은도 10~11월로 인하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으로 한은의 인하가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예상도 고개를 들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며 "한은의 인하는 사실상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