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가 귀환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7%대 치솟으면서 1380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됐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모습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의 가치 상승을 점치는 한편 14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 봤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8시26분 전 거래일보다 3.10원(0.22%) 내린 1375.90원에 거래됐다. 지난 16일 1400원을 터치했던 원/달러 환율은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1370원대에 안착했다.
연준 인사들의 연이은 매파적 발언에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하고 이스라엘 미사일의 이란 타격 소식에 지난 19일에는 다시 1390원 대로 급등했다가 1380원대로 밀려났다.
이달 들어 20일 동안 환율이 10원 가까이 상승한 날은 5일, 10원 가까이 하락한 날은 이틀로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보인다. 시장에서는 최근 원화 가치 낙폭이 과도했다는 점과 외환 당국의 실거래 개입에 대한 경계심으로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분석한다.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의 소강상태에도 긴장의 불씨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 인근 군기지를 겨냥해 언제든지 다시 타격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냈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추가 도발시 최고 수위로 응징에 나설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이번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시장의 3월 PCE 물가 전망치는 2.6%로 예상보다 큰 숫자가 나올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며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
허재환·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경기 위축이 없다면 미국의 인하가 빨라지기는 어려운 환경으로 인하에 대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 달러 강세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선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배경으로 꼽았다. 이번 미국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 간 맞대결이 확정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두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당시 무역분쟁으로 원화 가치가 위안화와 함께 크게 절하되는 사례가 빈번했다"며 "하반기 미국 대선 레이스를 둘러싸고 원/달러 환율의 불확실성이 재차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