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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왕이 될 관상'… 당신이라면 알 수 있는가

입력: 2024- 04- 26- 오후 04:07
© Reuters.  [뉴욕의 한국인] '왕이 될 관상'… 당신이라면 알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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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냉정하셨다. "네 힘으로 타국에서 스스로 서보겠다고 일류회사 마다하고 독립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더 몸부림쳐보길 바란다"고 내치셨다.

왜 그러셨을까. 처음엔 서운한 감정과 울분이 팔할이었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세세히 설명하지 못했어도 아버지는 다 알고 계신 눈치였다. 대기업 HR(인사관리) 담당자로 미국에 나와 일하다가 당시로선 불모지였던 헤드헌팅 사업을 하겠다고 독립했는데 딱 두 해 만에 가진 걸 모두 잃었다. 종잣돈을 다 날렸고 월급 줄 돈마저 없어 직원들도 모두 내보냈다.

미국 땅에서도 역시 간판 없이는 명함을 내밀기 쉽지 않았다. 그동안 이뤄온 것은 진짜 내 실력이 아니라 뒤를 받쳐준 그 회사 덕분이었다는 사실이 쉽게 인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믿었는데 현실은 막막하다 못해 비참했다. 아버지께선 그걸 꿰뚫으시고 비정한 현실을 동정해주기보단 나약해진 정신을 나무라신 걸로 느껴졌다.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 에이치알캡(HRCap)의 김성 대표는 "당시만큼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이 답답했던 순간은 없던 것 같다"며 "선친께선 한국서 배울 만큼 배운 놈이 심각한 각오도 없이 촌로에게 손 내밀러 온 걸 인정치 않겠다는 표정이셨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다시 미국 땅을 밟았을 땐 거짓말처럼 마음가짐이 달랐다. 기댈 곳이 아예 없어진 게 오히려 책임감을 높인 것 같았다. 못난 아빠만 믿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역만리에 따라와 용케 적응해낸 아이들이 우선 눈에 밟혔다. 7학년 딸아이와 1학년 아들내미가 오로지 자신의 책임이던 탓이다.

김 대표는 "사람 찾아주는 서치펌(Search firm)을 하겠다면서도 정작 내 손에 남아있던 2000여장의 이력서는 그전까지 소중한 자산으로 보지 못했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정리한 자료를 들고 기업들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커리어를 연결했고 개인적으론 그런 하나씩의 성과로 힘든 하루를 버텨냈던 게 고비를 넘기게 해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아무리 스카우터라고 해도 관상만 보고 인재인지 아닌지를 쉽게 가늠할 수 없다. 기업들도 마찬가지. 화려한 이력만 보고 모셨는데 회사를 오히려 망쳐놓는 인재(人災)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진짜 헤드헌터는 소개만 해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해당 인물의 속사정을 감별하고 그의 커리어와 회사의 성취를 시너지로 승화하게 해주는 종합 예술가에 가깝다. 2000년에 만들어진 에이치알캡은 설립 5년 만에 김성수 대표의 악전고투로 이른바 '데스밸리'를 넘었다. 그럼에도 위기는 몇차례 더 찾아왔다.

두 번째는 과욕과 과속 때문이었다. 초반의 어려움을 딛고 사업이 발전하면서 뉴저지 본사 외에 뉴욕 맨해튼과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 공격적으로 사무실을 열었다. 고객사를 한국 기업에서 미국 기업의 한국지점으로 다양화하고 인재급도 C레벨(임원)을 아우르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 속된 말로 '사람 장사'를 잘 해내다 보니 같은 맥락에서 일 잘하는 탐나는 인재들을 더 많이 뽑고 싶은 욕심도 생겨났다. 그 덕분에 2~3년 사이 구성원 수는 50여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역시나 과속은 감당하지 못할 딱지를 불러왔다. 대형사로 이륙하려던 시점에 곧바로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미국 월가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무너지는데 교포기업들이나 한국 기업들이 멀쩡할 리 없었다. 신용경색이 밀려오면서 채용시장은 자취를 감췄다.

인재를 찾아주던 서치펌에 그 시기는 확실한 천재지변이었다. 기업들이 채용은 고사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때라 기존 임직원들마저 구조조정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게다가 인재 풀이 돼야 할 유학생들도 마치 10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어려움을 겪었다. 달러로 내야 할 학비가 크게 오르면서 공부를 포기하는 이들이 수두룩했고 상당수가 아예 귀국길에 오르면서 서치펌 입장에선 가용자원마저 사라졌다.

당시를 수월히 이기지 못한 김 대표는 결국 직원들을 절반 이상 내보내면서 마음의 병을 얻었다. 사업은 부침을 겪는 것이 다반사라지만 사람을 잃는 것은 더없이 안타깝던 일이다.

헤드헌팅은 확실히 경기를 탄다. 불경기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드는데는 그래서 시간을 더디게 썼다. 사람 귀한 줄 온몸으로 깨달았기에 분야별 전문가로 백여명을 조직화하기까지 수년을 투자했다. 1500개 이상의 고객사와 관계를 맺고 채용뿐 아니라 조직 컨설팅까지 아우르게 된 이유가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엔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길어야 몇 달 정도일 것으로 보였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를 넘겨서도 끝나지 않자 근무 형태나 채용시장은 근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이가 젊다면 전처럼 몸이라도 불살라 위기를 넘겼겠지만 그새 김 대표도 환갑이 지났다. 물리적인 힘에부치기 시작하자 금융위기 때의 악몽이 떠올랐다.

하지만 젊음은 붙잡을 수 없어도 조직의 레거시와 창업주의 DNA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려운 시절 동고동락한 파트너급 임원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주인의식으로 회사를 지켜냈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곁에서 줄곧 지켜봐 온 맏딸(스텔라 김 전무)도 2016년 IBM에서의 커리어를 뒤로 하고 회사에 합류, 조직관리와 사업관리 컨설팅 전문가로 힘을 보탰다.

회사는 이제 개개인 인재들의 능력으로 임기응변하기보다는 전사적 관리(ERP) 체계와 능률적인 성과 보상, 치밀한 수준의 데이터베이스 등을 갖춘 글로벌기업이 됐다.

김성수 대표가 3년 전부터 시작한 디지털 인프라 체계는 에이치알캡을 한국계 서치펌이란 수식어에 가두지 않고 글로벌 플레이어로 한 단계 도약시키는 효과도 냈다. 글로벌기업에 필요한 다양성과 사회적 책임, 마이너리티를 포용하는 정책은 스텔라 김 전무의 아이디어로 회사에 녹아들었다.

김성수 대표는 2024년 '마르퀴즈 후즈후 미국판'(Marquis Who's Who in America)에 등재됐다. 마르퀴즈 후즈후 미국판은 세계 3대 인명사전의 하나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들의 명예의 전당으로 평가된다. 에이치알(HR) 분야에서 한국인이 이 인명사전에 등재된 것은 김 대표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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