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한국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0.5원 급등한 1394.50원으로 마감했다. 7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이다. 이날 오전에는 2022년 11월7일 1413.5원 이후 17개월 만에 14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원·부자재는 물론 인건비와 물류비가 오르는 중에 환율까지 급등하자 국내 식품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매출이 높다는 것은 해외에 공장이 있다는 것이지 수출 비중이 높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면서 "해외에 공장을 설립한 식품 기업들은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지에서 생산과 매출, 고용이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딱히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K라면 돌풍을 일으킨 농심의 해외 매출 47%는 해외 법인과 수출을 합한 수치로 한국 법인 수출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오리온 역시 연결기준 해외법인 매출이 63.7%에 이르지만 한국법인 기준 수출 비중은 10% 미만이다.
수출 호조보다 원재료 수입 비용이 더 걱정
반대로 원·부자재 구입에 따른 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식품기업들의 주요 제품인 밀가루, 설탕, 라면, 과자류의 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원맥(밀가루), 팜유, 원당(설탕), 대두(식용유), 옥수수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세후 이익이 181억5300만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심도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하면 1억7600만원의 당기 손해가 발생한다.
지난해 기준 수출 비중이 67.8%에 이르는 삼양식품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이 61억원 늘어나겠지만 전체 비용 대비 높지 않은 금액이다. 삼양식품의 주력제품인 면류의 재료인 원맥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수입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라 제조원가율이 상승할 수 있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총선 이후 원유와 달러 상승까지 겹치면서 생활물가가 수직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 물류비 등이 모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고물가,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각계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일부 기업이 이미 제품을 올렸거나 곧 올릴 예정이라고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오리온, 농심, 삼양 등 식품 기업들은 "당분간은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