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Times - 엔화. [사진=뉴스1]
[시티타임스=글로벌일반] 일본 엔화로 미국 국채 투자에 나섰던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울상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엔화 가치와 미국 국채 가격이 동시에 올라 이중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지표들이 정반대로 나오면서 오히려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였다. 순매수 금액은 2억 8002만 달러로 한화로 약 3780억 원 규모다. 이 상품은 엔화로 20년 이상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하는 환 헤지 상품이다.
이어 엔화로 7~10년 미 국채에 투자하는 'ISHARES CORE 7-1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에 2376만 달러(320억 7600만 원)가 몰렸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해부터 미 장기채권 ETF에 자금을 밀어 넣었다. 지난해 말 인하 기대감이 구체화한 가운데 최근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며 6월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거는 시장의 '베팅'도 강해졌다.
여기에 투자자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일본 시장으로 건너갔다. 미국과 국내 증시에서도 미 국채에 투자할 수 있지만, 엔화로 투자할 경우 추후 엔화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이중으로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19일 시장의 예상대로 마이너스 금리 시장을 종결했다. 하지만 시장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중에도 미국 국채 수익률(20년 기준)은 지난해 하반기 5%대에서 하락한 뒤 4.5% 수준에서 등락 중이다. 미국 경기 지표들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며 기준금리 인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발표 이전 달러당 149엔 전반에서 거래되던 엔화도 151엔대까지 올랐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그 수준이 여전히 0~0.1%로 낮고, 국채 매입 규모도 유지하기로 해 사실상 상징적 제스처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수익률도 하락세다. 20년 이상 국채에 투자하는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는 12월 28일(1369) 대비 1월 4일(1279) 6.5% 떨어졌다. 같은 기간 7~10년 미 국채 투자 상품인 'ISHARES CORE 7-1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 또한 3.57% 내렸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6월께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이 흐름이 뒤바뀔 수 있으리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혜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4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이번을 제외한 일본은행 긴축 시기는 2006년 7월과 2007년 2월로 각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한 사례가 유일했다"며 "이후 2007년 9~12월 100bp 수준의 연준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서 같은 해 6월 달러당 123엔이었던 엔화가 12월엔 112엔까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예시를 들었다.
다만 "당시 엔화는 안전자산으로서 지위가 확고했음을 고려해야 하는데, 지난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도 엔화는 약세를 이어가며 안전자산의 지위가 흔들린다는 관측이 있었다"며 "연준의 인하 개시에도 2007년 수준의 엔화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