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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 밸류업, 단거리 경주 아닌 장거리 마라톤

입력: 2024- 03- 04- 오후 02:07
[기자수첩] 기업 밸류업, 단거리 경주 아닌 장거리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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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 증시 부양을 위해 준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난달 26일 베일을 벗었다. 한국 상장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증시 선진화를 위해 자율공시를 유도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약 1600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올 하반기부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한다.

금융당국은 매년 5월 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 10여곳을 선정해 기업 밸류업 표창을 수여하고 표창을 받은 기업에 5종의 세정지원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 5종 세정지원이다. 또한 공시 우수 기업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기대와 달리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주가 부양정책에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코스피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4거래일째 2650선에 횡보하고 있다. 지난달(2월1~27일) 외국인은 국내 코스피에서 10조9583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기관이 7조8513억원, 개인이 2조9514억원 순매도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1차 세미나를 통해 발표한 밸류업 방안은 상장기업 스스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연 1회 자율 공시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잘하는 기업을 뽑아 표창하고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표창받은 기업에는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정작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되는 불합리한 제도나 세제 개혁안은 내놓지 않았다.

정부의 이번 프로그램은 일본의 성공적인 증시 부양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일본 수준의 대책이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베일을 걷어보니 의무는 없이 미약한 인센티브 위주가 전부였다. 이 정도로는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는 어렵다.

한국 보다 한발 앞서 기업 가치 제고 정책을 펼친 일본은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3만9000선으로 올라서며 2014년부터 ROE(자기자본이익률) 향상, PBR(주가순자산비율) 중심의 투자정책, 투자자 소통강화 등을 위해 노력해온 밸류업 정책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증시가 주요국 대비 저평가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의 촘촘한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지원이 우선이다. 기업과 투자자도 단기 이익에 몰두하기보다 장기적 투자관점을 가져야 한다.

한국 증시는 2021년 사상 최고치인 코스피 3300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상장기업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고 투자자들은 부가 늘어나는 선순환 자본시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일본은 10년이 걸린 증시 부양정책 효과가 한국은 3년 만에 나타날 것이란 욕심은 버리자. 기업의 밸류업 과정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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