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여세린 기자] 올해 들어 불과 한 달여 만에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흐름과 연동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규모가 5천억 원을 넘어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총 9733억 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금액은 4512억 원에 불과했다.
평균 손실률이 53.6%에 달하며 손실액 규모는 5221억 원에 이른다.
H지수가 5000선 아래로 떨어진 지난달 말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은 60%에 육박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천억 원, 전체 15조4천억 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한다.
H지수가 현재 흐름을 유지하며 반등하지 못하면 전체 손실액은 7조 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피해 우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금융기관에 배상안을 요구하는 금융 당국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설 연휴 전 검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유형화, 체계화하고 이후 이달 마지막 주까지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점검하거나 추가 검사에서 문제점을 발굴해 책임 분담 기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분담 기준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배상안'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원장은 "금융회사들이 검사 결과에 따라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할 수 있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본다"며 당국의 분담 기준안과 별개의 금융사 '자율 배상안'도 주문했다.
결국 판매 과정에서의 '적합성 원칙' 위반 사례가 배상 범위나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 용어 사전에 따르면 적합성 원칙은 금융사가 파악한 투자자 특성(투자목적·재산상태·투자경험 등)에 적합하게 투자를 권유할 의무 또는 부적합한 투자 권유 금지를 말한다.
적합성 원칙 위반 여부를 두고 "투자자의 성향을 여러 차례 확인했고 본인 서명과 녹취 등의 증빙도 있다"는 은행과 "투자성향 확인 절차 등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당국의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아직 기준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 은행이 자율 배상안을 먼저 내놓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당국의 기준안이 나오면 최대한 참고해 자율 배상안을 내놓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