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타임스=한국일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통해 본 내년 집값 전망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매도 전면 금지’는 주식시장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과 내년 집값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가? 기사 제목만 보고 대부분 의아하게 생각하셨을 것으로 추측된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물론 직접적 연관은 없다. 하지만 투자시장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이 시장을 관리하는 정책당국 정부는 같다는 점을 고려해서 내년 집값을 전망하고자 한다.(물론 금융당국은 금융위, 금감원이고 부동산당국은 국토부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금융정책 총괄은 기재부가 하고 있고, 관행상 대통령실과 여당의 입김이 중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일부 부동산전문가들은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내년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기불황에 고금리, 올해 MZ세대들의 무리한 영끌 주택 구입 등이 내년 부동산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올해 반등하던 집값이 멈추고 일부 지역에서 급매들이 나오는데다 이자를 갚지 못해 나오는 경매물건들이 증가하는 것을 그 근거를 제시한다.
실제 강남권 대표 아파트 중 하나인 잠실의 헬리오시티 아파트가 한 달 새 1억원이 떨어진 사례가 있다. 소위 대장주 아파트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에 육박하면서 서울 아파트들이 30%나 하락한 거래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올해 줄고 있지만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증가하면서 2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치도 내년 부동산시장을 걱정하게 만든다. 이러한 지표들로 과연 내년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이라고 본다. 이것은 일부 급매의 특이 사례를 일반화시킨 경향이 있다. 시장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폭락장세 전망을 내놓는 것은 아직은 무리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집값이 전국적으로 약 2% 정도 하락하고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폭락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내년 부동산시장의 약세를 전망했다. 근거로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체로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 그리고 연구기관들은 이처럼 내년 한국 부동산시장의 소폭 하락세를 점치고 있다. 정리해보면 일부 전문가들은 폭락을 예측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년 집값의 약세 또는 소폭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 상승 및 강세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럼 실제 내년 집값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시장전망을 확언할 수는 없고, 어차피 전망 역시 과거 자료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어서 정확도는 애초부터 크게 기대할 수가 없다. 다만 그 가능성과 확률을 따져볼 뿐이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나오는 기사들만 보면 내년 집값이 하락할 것이고 그래서 내집마련 시기를 지금이나 내년이 아닌 그 뒤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필자 주변 일부 무주택자들은 최근의 시장상황과 각종 내년 부동산시장 예상 기사들을 접하고 난 뒤, “내집마련 시기를 더 늦춰야하는 것 아니냐?”고 필자에게 묻고 있다. 그때 마다 필자가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내년 집값 2% 하락 전망이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의 집값과는 사실 거의 관련이 없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나의 관심 지역과 매수 희망 예상 주택 대상을 좁혀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예상 및 분석기사는 내가 사려는 바로 그 주택이 아닌 경우가 많다. 특히 전체적인 한 해 시장 전망은 더더욱 그렇다. 전체 평균과 내가 관심있거나 사고하자는 주택은 다른 애기라는 말이다. 우리는 너무 시장을 통계학적으로 분석적으로 접근하려는 오류에 빠지곤 한다. 증권시장에서도 전체 증시 지수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가진 종목이 오르는지 내리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연구기관이 발표하는 전국 평균 집값의 2% 상승 내지 하락은 사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과는 정말 아무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한마디로 글로벌 증시 준칙을 역행하는 정책발표다. 왜 정부는 대다수 금융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선진시장으로 가는 길을 되돌리는 조치’를 전격 발표했는가? 여러 갑론을박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국내 개인투자자(일명 개미) 보호 조치에 나선 것이다. 그간 개미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공매도 금지’ 정책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고 있었고, 외국계 회사들이 불법 무차입공매도로 한국 시장을 교란한 것이 밝혀지자, 투자자 보호 조치를 발동한 측면이 있다. 이것은 다소 무리한 정책일 수도 있지만, 국내 증시를 살리고 증시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들의 바람에 부응하고 싶은 정부의 의지가 작동한 결과다. 그럼 정부의 이런 정책의지는 주식시장에서만 작동하고 부동산시장에서는 예외일까?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은행권의 약탈적 고금리를 여러차례 경고한 바 있다. 올해 MZ세대들이 대거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영끌 주택 매수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미 간접적인 대출자 보호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금리 상황은 올해 말을 정점으로 내년 상반기 중에는 하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제성장은 올해 보다 내년이 더 높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고, 한국 경제의 근간인 무역 수출량도 늘어 나고 있고, 우리 산업의 근간인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고 있다. 주식시장도 내년에는 조금 나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총선을 앞둔 현 정부의 우리 경제 지키기 그리고 강력한 서민 보호 정책 실행 의지가 강한 것을 고려하면, 주식시장도 부동산시장도 내년에 폭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소폭 하락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 또한 전국 평균이다. 지역별 그리고 서울에서도 동네별로 단지별로 완전히 차별화된 시장이 예상된다. 내가 관심갖고 있는 집은 내년에 오히려 오를 수도 있고 각종 개발호재 발표들로 생각보다 많이 오르는 지역이 나올 수도 있다. 부동산은 개별 상품으로 각개 전투를 해야한다. 전국 통계치에 그리고 전국 시장 예상치에 매몰돼서는 안된다.
[유은길의 뉴스쪼개기]
뉴스 및 핫이슈를 잘게 쪼개서 각 종 보도 배경과 그 이면을 이해하기 쉽게 분석해드립니다.
시티타임스(CityTimes) 편집국장 겸 경제전문기자
前 한국경제TV 증권부장, 산업부장, K-VINA 센터장
前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및 한성대 부동산학과 외래교수(부동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