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타임스=인도/아시아] 싱가포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비즈니스 허브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쏟은 ‘창이 비즈니스 파크’는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추세라고 블룸버그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화려한 고층 빌딩이 가득한 핵심 업무지구에서 9마일 떨어진 곳에 71헥타르 규모로 조성된 창이 비즈니스 파크는 거대 기술 기업과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사무실을 냈지만, 현재는 빠르게 비워지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시먼앤웨이크필드가 추적한 이곳 상업용 부동산 10곳의 전체 공실률은 지난 3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해 거의 40%에 달한다.
이는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기술 기업과 금융회사에서 직원 해고가 잦았던 데다 재택 근무가 도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싱가포르 번화가는 프라임 오피스 임대료가 15년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건물이 거의 만실이라 대조적이다.
IBM은 창이에서 12개층짜리 2개의 유명 빌딩에 입주해 있었지만 2개 층으로 사무실 규모를 줄인다고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가 블룸버그에 밝혔다. UBS그룹은 1만220제곱미터 이상의 공간을 사용하다 절반 이하로 줄였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이 곳에 2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2개 층만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때 IBM이 쓰던 건물을 비롯해 현대적인 디자인의 여러 유리 빌딩에 ‘임대 중’이라는 간판이 붙었다. 정원과 체육관을 갖춘 7층 건물인 한사포인트는 지난해 말 입주율이 36.5%에 불과했다. 창이 비즈니스 파크의 임대 공간 중 일부는 3년 임대 계약을 체결하면 1년을 무료로 빌려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싱가포르 당국은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섬 서쪽에 새로운 업무 중심지구를 개발하며 이곳 창이 비즈니스 파크 건설을 기획했다.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인 창이 공항과 싱가포르 최대 규모 전시장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중심가를 선호하는 싱가포르 사무직 근로자들에게 위치가 멀게 느껴졌다. 한 은행 직원은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데 편도 90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당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취업 비자 소지자의 최저 임금을 인상하는 등 이민 정책을 강화하자 기업의 고용 비용이 상승했다. 이에 말레이시아처럼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말단 직원을 배치하는 것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었다.
여기에 더해 다른 지역의 신규 오피스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북동쪽 비즈니스 단지인 풍골 디지털 지구는 올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개장할 예정이다. 창이 부동산을 마케팅하는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죽어가는 환자를 죽이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전체 비즈니스 파크 공실률은 1분기에 22%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도심 외곽 메이플트리 비즈니스 시티에서 6만 평방피트 규모 공간을 포기했다. ‘메이플트리 인더스트리얼 트러스트’ 리츠는 창이의 9층짜리 건물 ‘더 시그니처’를 포함해 3억9천600만 달러 상당의 비즈니스 파크 자산 3개를 매각하려 하고 있다고 일부 정통한 사람들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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