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시포로신 작용 기전. 사진=회사 제공
[더스탁=김태영 기자] 대웅제약이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이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현재 이 신약은 다국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품목이 승인되면 유럽에서 10년 독점권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웅제약은 특발성 폐섬유증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DWN12088)’이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받았다고 29일 밝혔다. 해당 물질은 대웅제약이 세계 최초 신약(First-in class)으로 개발 중인데, 2019년에도 미국 FDA로부터 ODD 지정을 승인 받은 바 있다.
희귀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은 희귀난치성 질환의 치료제 개발 및 허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EMA는 유럽에서 인구 1만명 중 5명 이하로 영향을 주는 질병 중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고 환자들에게 상당한 혜택(Significant Benefit)이 예상되는 후보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EMA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후보물질은 △임상시험에 대한 과학적 조언 제공 △허가 수수료 감면 △의약품 허가 시 10년간 독점권 인정 등 혜택이 부여된다. 미국은 7년간 독점권을 인정한다.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은 폐에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폐 기능을 상실하는 난치병으로, 세계적으로 인구 10만명 당 13명 정도 발생한다.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치명적 질환이지만, 기존 치료제는 부작용이 심해 신약 개발이 절실하다.
베르시포로신은 PRS(Prolyl-tRNA Synthetase)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다만 인체는 콜라겐 부족 시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질병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 베르시포로신은 환자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범위까지만 콜라겐 생성을 억제해 폐섬유화를 완화한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5월 유럽분자생물학회(EMBO)에서 논문을 발표하며 이 기전을 규명한 바 있다.
베르시포로신은 2022년 미국 FDA에서 희귀의약품과 신속심사제도(패스트트랙) 개발 품목으로도 지정됐다. FDA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약물은 개발 각 단계마다 임상 설계에 대한 상담 및 획득한 자료에 대한 조언 청취 등 허가 승인 과정에서 FDA와 긴밀한 협의가 가능하다. 또한 지난해 12월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의 ‘신약 임상개발지원’ 과제 중 ‘하이 퍼포먼스(High performance)’ 부문 우수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대웅제약이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베르시포로신은 지난해 중화권 기술수출에 성공하는 등 임상 단계부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번 EMA 희귀의약품 지정을 계기로 희귀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베르시포로신은 한국 및 호주에서 진행된 다수의 임상 1상에서 총 162명의 건강인 대상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확인했고, 현재 한국 및 미국에서 다국가 임상 2상을 진행 중에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은 매년 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 75억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