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태영 기자] 제조 강국을 표방하는 정부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밀고 있는 전략 중 하나는 소부장 육성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기술자립도를 높이면서 주목받고 있는데, EHD(전기수력학) 기술을 토대로 잉크젯 프린팅 및 코팅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엔젯도 그 중 하나다.
엔젯은 고점도 잉크를 사용해 초미세 패터닝이 가능한 EHD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인쇄전자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업체다.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주로 매출을 내고 있으며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으로 적용 산업을 확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엔젯은 지난해 11월 증시에 입성했다. 당시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었지만 IPO시장이 빙하기 수준으로 침체되면서 공모성적은 상당히 저조했다. 공모가는 밴드 하단보다 16.7% 낮은 가격인 1만원으로 확정됐고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과 일반 청약경쟁률 모두 크게 쳐졌다.
하지만 상장 이후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엔젯은 올해 상반기 기세를 펼치면서 4월 장중 2만8950원의 고점을 찍었는데,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수익률은 190%에 이른다. 상장 1년여가 지난 현재는 주가가 다시 내려 앉으면서 상승폭을 크게 반납했지만 공모수익률은 여전히 40%를 웃돌고 있다.
회사의 OLED 잉크 수리 시스템. 사진=회사 홈페이지
# 세계 최초로 EHD 기술 상용화...더 발전한 iEHD 기술도 개발 = 2009년 설립된 엔젯 (KQ:419080)은 초정밀 잉크젯 프린팅 기술 전문기업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EHD(ElectroHydroDynamic, 전기수력학) 기술을 기반으로 프린팅 및 코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솔루션에는 장비 부품, 소재가 모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인쇄는 주로 출판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기능성 잉크 소재를 사용해 전자소자를 제작하는 인쇄전자 기술이 산업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엔젯의 EHD 잉크젯 기술은 정전기력을 이용해 잉크를 제어하고 토출하는 것이다. 특히 기존 공정의 한계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초미세, 초정밀, 고점도 프린팅을 가능하게 해 기존의 잉크젯 공정이나 복잡하고 값비싼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공정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엔젯은 세계 최초로 EHD 잉크젯 기술을 상용화하며 양산 적용해 글로벌 시장에 진입했다.
뿐만 아니라 EHD기술보다 발전한 iEHD 기술을 선보이면서 기술 고도화도 지속하고 있다. iEHD는 EHD의 문제점인 노즐 간 전기장 간섭 문제를 해결했으며, 멀티 노즐 개발이 가능하다. 멀티노즐은 싱글노즐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 화학적 반응에 안정성을 보여 유리나 실리콘은 물론 플라스틱, 섬유, 종이 등도 기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밀도는 1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머리카락의 50분의 1 굵기다.
# EHD 원천기술로 디스플레이서 2차전지∙바이오 등 전방산업 지속 확장 = 회사의 EHD 원천기술은 콘텐츠분야 IP처럼 OSMU(One Source Multi Use 원소스 멀티유스)가 가능한 특징이 있다. 1㎛부터 수백 ㎛까지 폭 넓은 패턴 형성과 다양한 점도의 잉크의 인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이나 제조공정별 맞춤형 제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존 잉크젯 프린팅 기술보다 높은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고 3D 구조물 및 초미세 패턴까지 제작할 수 있다.
엔젯은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현재 주력 매출은 디스플레이에서 내고 있다. 스마트폰 펀치홀 주위에 특수물질을 도포해 디스플레이 빛이 카메라 모듈로 노출되는 현상을 방지하는 빛샘방지(ELB) 공정과 불량한 Micro LED를 재배치하는 리페어 복합기에 엔젯의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초정밀 코팅기술을 이용해 2차전지 시장 진출도 시작된 상태다. 올해 7월 동박 코팅 공정용 양산장비를 수주했으며, 2차전지 슬롯다이 및 연료전지 촉매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이후에는 시장규모가 큰 배터리 전극분야 프린팅 공정 등으로도 보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또 전략적 협업을 통해 바이오산업에도 진출했으며, 폴더블에 적용할 수 있는 UTG 코팅 장비 분야 성과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밖에 반도체 패키징 및 전극, 태양전지 전극층 등 다양한 산업으로도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엔젯은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고 다양한 공정으로 확산이 가능한 멀티노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고점도 잉크용 16노즐 프린트 헤드를 개발했으며, 현재 128노즐 개발을 위한 국책과제를 삼성디스플레이 및 다수 연구기관들과 진행 중이다. 향후 512 이상의 노즐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 작년 매출 217억원에 영업이익 53억원…올해는 3분기 누적 적자전환 = 엔젯은 기술특례 트랙으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2021년 흑자 전환 이후 2년 연속 흑자행진을 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217억원에 영업이익 5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4.9%와 194.4%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는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101억원에 1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2분기와 3분기에 적자를 내면서 누적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 모든 모델에 엔젯의 빛샘방지(ELB) 부품 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펀치홀 방식이 채택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컸었다.
NH투자증권은 "스마트폰용 ELB 프린트 모듈 납품이 2022년 대부분 마무리됨에 따라 2023년 매출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연구개발 비용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적용시장 확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라는 평가다. IBK투자증권은 “주요 제품인 EHD 잉크젯은 2024년을 기점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넘어 적용 산업군을 넓혀가며 추가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