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글로벌 스포츠 테크기업 크리에이츠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합병상장을 본격화한다.
크리에이츠는 현재 엔에이치스팩20호(391060)와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번 딜은 합병유입 예상금액이 무려 512억원에 달할 만큼 큰 규모다. 올해 상장을 앞둔 기업까지 포함해 82개 일반 상장기업 중 공모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기업이 14곳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리에이츠의 공모규모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합병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막대한 자금뿐만 아니라 상장사의 지위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크리에이츠의 해외시장 확장 전략에 상당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골프 론치모니터를 제조해 북미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내고 있다. 여기에 역시 골프시장 규모가 큰 일본시장 공략 등에도 최근 피치를 올리고 있다.
5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크리에이츠는 전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엔에이치스팩20호(391060)와 합병 절차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내년 1월 19일 진행할 예정이며, 합병기일은 2월 26일이다. 합병신주 상장일은 3월 말로 예상된다. 크리에이츠와 스팩의 주당가치는 각각 2만9033원과 1만원으로 양사의 합병 비율은 1대 0.3444374으로 평가됐다. 합병이 완료되면 신주는 175만6630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2009년 설립된 크리에이츠는 초고속 이미지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골프 론치모니터’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자체 설계·제작·판매하는 기업이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브랜드 ‘유니코(UNEEKOR)’로, 국내에서는 ‘큐이디(QED)’로 사업을 영위 중이다.
현재 크리에이츠의 주요 사업무대는 골프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시장이다. 스크린골프 활성화로 국내 시장은 론치 모니터가 이미 성숙단계라는 평가이지만 미국시장의 경우 아직 성장 초기단계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아울러 세계 최대 골프시장이면서 산업 내 영향력이 큰 미국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할 경우 다양한 지역으로 사업 확장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주력제품인 골프 론치모니터는 초고속 카메라 등으로 골프샷의 발사각, 방위각, 발사속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하는 정밀센서 장비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제품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회사가 까다로운 해외 소비자들 공략에 성공한 배경에는 ‘딤플옵틱스(DimpleOptix)’, ‘클럽옵틱스(ClubOptix)’ 등의 특허기술이 있다.
딤플옵틱스는 인위적인 마킹 없이 골프공의 딤플만을 이용해 회전을 측정하는 기술이며, 고유 기술인 클럽옵틱스는 클럽의 궤적과 임팩트를 판독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고도의 이미지 처리와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있다. 덕분에 유니코는 초정밀 골프 론치모니터 시장에서 ‘트랙맨’, ‘포어사이트스포츠’와 함께 북미 TOP3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 크리에이츠는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북미 시장 다음 타깃은 아시아 최대 시장인 일본과 중국이다. 올해 10월에는 수개월에 걸친 시장 진입 준비 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 법인설립 준비까지 마쳤다. 향후 동남아, 유럽, 중동 등으로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점점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 고도화 등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크리에이츠는 올해 7월 설립한 신사업본부 산하 AI 센터를 중심으로 딥러닝에 기반한 모션인식 기술을 골프에 접목시킨 ‘AI 코치(AI Coach)’를 개발 중이다. 또 기존에는 서버에서 수행되던 딥러닝 모델 추론을 디바이스 레벨에서 수행하는 엣지 AI 기능을 탑재한 혁신적인 론치모니터 제품도 기획 단계에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아마추어들도 레슨프로나 코치의 ‘감’ 또는 ‘경험’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수치적 지표를 바탕으로 한 트레이닝을 선호하고 있다”며 “크리에이츠는 전 세계에 설치된 론치모니터들로부터 실시간 수집되는 방대한 스윙 영상 및 샷 데이터와 AI 기반 분석 시스템을 기반으로 급변하는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병을 통해 5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되면 이 같은 성장전략에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사업 역량 고도화를 위한 기술 개발 및 인수·합병(M&A), 고객 저변을 넓히기 위한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등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크리에이츠는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2020년 192억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457억원으로, 2022년에는 671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는 해외 시장의 성과로 연결기준 약 800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69억원으로 이익률은 25%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5일 거래를 재개한 엔에이치스팩20호는 오후 3시10분 기준, 기준가격 대비 5.90% 하락한 941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