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더스탁=김동진 기자] 국내 시스템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투자혹한기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데이터를 연산·제어·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반도체로 정보 기억 매체인 ‘메모리 반도체’와는 구분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고화질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 등의 발전과 함께 관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3%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K-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뛰어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선보이면서 투자시장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중에서도 AI 반도체는 글로벌 시장규모가 2023년 553억달러에서 연평균 19.9% 성장해 오는 2026년엔 861억달러(약 117조78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I 인프라 솔루션 업체 ‘모레(MOREH, 대표 조강원)’는 이날 국내 통신 대기업 KT와 미국 반도체 기업 AMD, 사모투자회사 포레스트파트너스, 벤처캐피탈(VC) 스마일게이트인베스먼트로부터 약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모레는 특히 이번 투자유치 과정에서 AMD와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모레는 토종 슈퍼컴퓨터 ‘천둥’을 개발한 서울대 매니코어프로그래밍연구단 출신들이 지난 2020년 9월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AI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기업용 AI 클라우드 솔루션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AI 컴퓨팅 인프라 시장의 연산 반도체 부문은 엔비디아 (NASDAQ:NVDA) GPU(그래픽처리반도체)가 거의 장악하고 있다. 또한 AI 서비스와 솔루션도 주로 엔비디아의 SW 프로그래밍 플랫폼 ‘쿠다(CUDA)’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모레의 소프트웨어는 엔비디아의 쿠다가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풀스택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모레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존에 존재하는 다양한 AI모델들을 코드변경 없이 엔비디아 GPU가 아닌 다른 GPU 및 AI프로세서들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 GPU의 품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AI업계에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다.
조강원 모레 대표는 “AMD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모레는 엔비디아와 대등한 경쟁력의 GPU를 보유한 AMD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AI업계가 보다 효과적이고 비용효율적으로 차세대 AI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투자유치 소감을 밝혔다.
데이터처리가속기(DPU)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망고부스트(대표 김장우)’도 최근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4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5500만달러(약747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망고부스트의 누적투자유치액은 6500만달러(약 860억원)에 달한다.
2022년 2월 출범한 망고부스트는 김장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설립한 DPU 설계 스타트업이다. DPU는 데이터 중심의 가속 컴퓨팅 기술로 차세대 프로그래밍 가능 프로세서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망고부스트의 DPU는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크게 향상 시킬 뿐만 아니라 인프라 처리를 위한 CPU 및 서버 비용을 줄여줌으로써 더 빠르고 확장 가능한 데이터 센터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사피온(SAPEON, 대표 류수정)’도 지난 8월말 다수의 투자사로부터 5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를 받았다.
사피온은 SK텔레콤·SK하이닉스·SK스퀘어가 공동출자해 2022년 1월 미국에 설립한 AI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다. 사피온은 AI 반도체 기반 하드웨어부터 AI 알고리즘, AI 기반 서비스에 이르는 소프트웨어까지 AI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오는 11월 16~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연례 개발자 행사 ‘SK 테크 서밋 2023’를 통해 기존 제품 대비 4배 이상 성능을 향상시킨 추론용 NPU(신경망처리장치) ‘X330’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밖에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대표 박성현)’이 최근 국내 VC들과 사모펀드들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또다른 AI반도체 업체인 ‘퓨리오사AI(대표 백준호)’도 최대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어 K-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돌풍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