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더스탁=김동진 기자] 리걸테크 스타트업들이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리걸테크(Legal-Tech)는 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법률과 기술의 결합으로 새롭게 탄생한 서비스를 뜻한다. 국내 리걸테크는 그동안 변호사 매칭 서비스를 놓고 대한변호사협회와이 갈등 때문에 본격적인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최근에는 AI 기반의 법률 정보 검색·분석, 법률문서 자동 작성, 전자계약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의 발판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보다 먼저 규제의 ‘빗장’이 풀린 해외에선 리걸테크가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Tracxn)’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7000여개, 투자규모도 113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48억달러가 이 분야에 투자되는 등 갈수록 그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트랙슨은 세계적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리걸테크 기업을 북미 20개, 유럽 3개, 아시아 2개 등 총 25개사를 꼽았는데, 한국 리걸테크 업체는 단 한곳도 없었다.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들도 규제개혁을 통한 시장확대를 기대하며, 투자유치와 관련 서비스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I 기반 계약관리 솔루션 업체인 ‘비에이치에스엔(BHSN, 대표 임정근)’은 지난달 3131일 알토스벤처스로부터 60억원 규모로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20년 기업전문 변호사 출신 임정근 대표가 창업한 BHSN은 기업의 모든 법률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디지털로 전환해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돕는 ‘올인원 엔터프라이즈 AI 리걸 솔루션’을 개발했다.
BHSN은 특히 국내 AI분야의 석학이자 서울대 AI연구원(AIIS) 원장인 장병탁 교수(컴퓨터공학부)와 함께 AI 법률언어모델 ‘BHSN-BERT’를 만들었다. 이 언어모델을 적용한 BHSN 솔루션은 계약서 내 개별 조항 단위까지 확인해 기업이 지금까지 체결한 계약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CJ제일제당, SK텔레콤 등이 해당 솔루션을 도입 중이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송경찬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는 “AI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성과까지 연결되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라며 “BHSN은 법률, 논문, 계약검토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의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가공해 AI 솔루션 상용화를 해낸 팀으로, 앞으로 해당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임정근 BHSN 대표는 향후 사업방향과 관련 “이번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법률 문서와 지식의 인과관계를 이해할 줄 아는 프라이빗 거대언어모델과 다국어 언어모델 개발 속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법률 플랫폼 ‘로앤굿(대표 민명기)’은 최근 생성형 AI 기반 법률 상담 챗봇 '로앤봇'의 성능을 강화해 이혼 분야에만 한정됐던 기존 답변 서비스 영역을 모든 분야로 확장했다. 로앤굿은 특히 변호사의 제안서 초안을 작성해주는 AI 샘플 제안서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AI 제안서 작성’ 버튼만 클릭하면 AI가 자동으로 의뢰인의 문제 상황을 요약하고, 해결방향까지 제시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로앤봇은 지난 5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1000여건 이상의 질문이 등록됐으며, 지난 한 달간 2000건 이상의 질문이 접수될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법률 업무 자동화 솔루션 개발업체 ‘렉시냅틱스(대표 김용범)’도 지난 4월 시드투자 유치에 성공한 이후 관련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렉시냅틱스가 개발한 ‘법대로’ 솔루션은 법률 문제 진단과 법률 문서 작성, 법률 문서 제출, 소송 관리까지 법률 소송 전 과정을 SaaS 방식으로 구현해준다. 일반인이 소액사건 등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소송에서 나홀로 소송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법률문제진단’과 ‘문서자동작성’, ‘소송 문서 간편제출’ 기능 등을 통해 법률사무소나 1인 개업 변호사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높여준다.
렉시냅틱스는 현재 AI 분야의 전문가를 추가 영입하여 자동화 프로그램을 고도화해 국내 최초의 AI변호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등기 자동 신청 프로그램으로 등기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