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하반기에도 공모규모가 큰 기업들의 공모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연초 대어급들의 연이은 상장철회와 공모참패에 기가비스가 반짝 제동을 걸고 이후 필에너지가 그 흐름에 동참했지만, 올해 IPO 최대어인 파두와 코스피 1호 상장에 도전하는 넥스틸이 그 기세를 이어받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파두 (KQ:440110)와 넥스틸은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경쟁률이 각각 두 자릿수와 한 지릿수에 그치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11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넥스틸은 지난 9~10일 공모주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한 결과 경쟁률이 4.13대 1을 기록했다. 이틀간 청약증거금은 415억원으로 집계됐다. 넥스틸은 앞서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에 이르지는 못했다. 희망밴드가 1만1500~1만2500원으로 제시된 가운데 공모가가 밴드 하단인 1만1500원으로 확정됐다. 경쟁률은 235대 1을 기록했다.
넥스틸은 지난해 에너지 강관시장 활황세를 바탕으로 실적이 퀀텀점프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57.4% 증가한 6684억원을 냈고, 영업이익은 967.9% 상승한 1813억원을 거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적성장세가 워낙 가팔랐던 탓에 실적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아울러 이번 공모의 절반에 이르는 47.86%가량이 구주매출로 채워진 점도 투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넥스틸의 공모규모는 805억원으로 최근 2년내 코스피에 입성한 기업들과 비교하면 큰 규모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300억원 미만의 공모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현재까지 800억원 이상의 딜이 넥스틸을 포함해도 4곳에 불과하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넥스틸의 공모규모는 도드라지는 상황이다.
앞서 올해 IPO 최대어로 시장의 관심을 끈 파두도 공모에서 웃지 못했다. 파두는 일반청약에서 경쟁률이 79.15대 1에 그쳤다. 증거금으로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으기는 했으나 조단위 몸값과 1938억원이라는 공모규모 그리고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미치는 수치다.
파두의 경우 수요예측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참여 기관들의 베팅이 밴드 상단 이상에 몰리면서 공모가를 밴드 최상단 가격인 3만1000원 이상으로 확정할 수 있었다. 다만 수요예측 경쟁률이 363대 1에 그치면서 일반투자자들에게 크게 어필되지 못했다. 또 비교기업과 체급차가 컸던데다 현재 실적과 미래 실적추정치의 괴리가 상당히 큰 점 등에서 고평가 논란에도 직면했다.
여기에 오버행 이슈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파두는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상장예정 주식수의 39.10%에 이르고, 추가적으로 상장 1개월 후 풀릴 수 있는 기관투자자 물량도 17% 수준에 달한다. 공모주의 경우 유통물량은 상장직후 단기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부담요소로 지적됐다. 결국 파두는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중대형급 IPO기업의 이 같은 흐름은 같은 시기 중소형 공모주들이 대체로 1000대 1을 웃돌면서 선전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IPO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주요 이유다. 하반기에는 공모규모가 수 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의 출격이 예상된다. 대어급 IPO기업들이 시장 회복의 신호탄을 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