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상장 몸값 5000억원에 도전하는 기가비스가 9일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공모규모는 최대 881억원이다. 흥행에 성공할 경우 사실상 상반기 IPO시장의 최대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업계는 칩의 고성능화에 주력하고 있다. 제조공정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수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기가비스의 검사 및 수리장비는 품질관리 및 수율 향상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 기가비스는 초격차 전략을 통한 기술 리더십을 주요 전략으로 두고 있다. 이는 기가비스가 글로벌시장에서 대부분의 반도체 기판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는 이유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과 4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수주잔고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회사는 올해는 10% 이상의 매출성장률과 40%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보수적인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데이터센터,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의 발전으로 전방시장의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반도체 기판 고도화를 통해 반도체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최근 기술트렌드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가비스는 이번 공모자금을 활용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기가비스는 이달 말 상장을 앞두고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에 따른 성장전략과 비전을 밝혔다. 이날 강해철 대표이사는 “당사는 두 발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검사기업”이라면서 “코스닥 상장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첨단설비를 지속 개발해 신규영역을 확대하는 등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2004년 설립된 기가비스는 글로벌 반도체 기판 검사 및 수리 업체다. 광학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기판의 내층을 검사하고 수리하는 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반도체 기판의 패턴 결함을 검사하는 자동광학검사설비(AOI)와 검출된 불량 패턴을 수리하는 자동광학수리설비(AOR)가 있다.
반도체 기판검사의 핵심인 내층 검사 및 수리설비를 제조하는 업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많지 않다. 기가비스는 그 중에서도 기술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반도체 기판 검사 및 수리 설비와 수십 종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모두 자체 개발하고 있다. 고객사별 요청에 따른 맞춤형 설비를 제공할 수 있어 글로벌 고객사들의 높은 만족도를 끌어내고 있다. 특히 AOI, AOR 등 다양한 설비를 하나의 라인으로 묶어 완전 자동 운영되는 인라인(Inline) 무인화 설비를 업계 최초로 제공 중인데, 이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자체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비즈니스다.
기가비스는 20년의 업력과 측량학을 바탕으로 기판의 선폭을 측정하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독보적인 검사기술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알고리즘은 정확한 검사뿐만 아니라 불량으로 판단하는 이유까지 제시한다.
회사는 AOR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보이고 있다. AOR은 반도체 기판에서 검출된 불량 부분을 레이저로 수리해 양품화하는 설비다. 제품의 수율을 획기적으로 올리며 투자이익률(ROI)을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회사 관계자는 “AOR의 기술력은 레진 손상 최소화와 가공 시간의 단축으로 결정되며, 이는 기술 고도화가 매우 어려운 분야다. 또한 현재 AOR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당사를 포함해 전 세계에 단 두 곳에 불과한데, AOI의 정밀 결함검사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규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다. 향후 기판 제품의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AOR 장비의 수요는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가비스는 고객의 제품 양산일정보다 설비를 3~4년 앞서 개발해 기술격차를 공고히 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기판 회로선폭 3㎛(마이크로미터) 검사설비(AOI) ▲반도체 기판 회로선폭 5㎛ 수리설비(AOR)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3㎛ 검사 설비(AOI)는 일본, 대만, 미국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에 시제품으로 출시됐고, 5㎛ 수리 설비(AOR)은 글로벌 최상급 패키지 기판 제조사에 공급 중이다.
최근에는 기술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2㎛까지 검사할 수 있는 AOI 설비를 개발했고 연내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수리 장비 분야도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회로 선간 폭 3㎛까지 수리할 수 있는 설비를 연구개발 중이다.
기가비스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한 차례의 기술도약에 도전했다. 기존 AOI의 한계를 보완할 UV AOI의 시장에 뛰어들어 설비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UV AOI는 형광 현상을 활용한 회로검사 방식이다. 쇼트 결함 검출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 같은 강점 때문에 향후 국내외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수주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강 대표는 “기가비스는 시대보다 한 발짝이 아닌 두 발짝 앞서는 글로벌 기술 선도기업을 목표로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경쟁사와 기술격차를 더 넓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첨단 설비 연구개발을 진행 중으로, 가장 빠르게 보여드릴 수 있는 연구 결과는 UV AOI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가비스는 상장 후 제품범위와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생산능력의 한계로 FC-BGA 등 고성능 기판 검사 및 수리 설비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공모자금을 활용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HDI, 일반 PCB 등 PCB 기판 전체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는 하이엔드와 로우엔드 제품을 효율적으로 믹스해 매출의 안정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아울러 동남아, 인도 등 해외 시장을 확대해 매출기반을 단단히 다질 예정이다.
기가비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97억원, 4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와 176%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부터 35% 이상을 유지하며 안정적 재무 상태를 유지 중이다. 2021년은 코로나19 및 주요 고객사 공장 화재로 인해 일시적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2022년에는 해외 수주 증가를 통해 다시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최소 매출성장률 10% 이상과 40%대의 영업이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1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기가비스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221만8258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밴드는 3만4400~3만9700원으로 총공모예정금액은 763억~881억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4360억~5032억원을 제시했다. 9~10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오는 15~16일 일반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이 맡았다.